17번홀에서 7.5m 버디 퍼트 성공… 18번홀 버디로 극적인 역전 이뤄 이달초 코로나 확진에 대회 포기… 3R까지 6타차 선두 달려 아쉬움 두차례 음성판정 후 US오픈 출전… “누구 탓도 않고 긍정적이려 노력” 상금 25억… 세계랭킹 1위 복귀
욘 람이 2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토리파인스GC 남코스(파71)에서 열린 제121회 US오픈 최종 4라운드 18번홀에서 선두로 치고 나가는 버디 퍼트를 성공한 뒤 주먹을 내지르며 포효하고 있다. 6일 메모리얼 토너먼트 도중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기권해 대회 2연패를 포기해야 했던 람은 완치 판정 뒤 복귀해 자신의 첫 메이저대회 우승이자 스페인 출신 첫 US오픈 우승을 완성했다. 샌디에이고=AP 뉴시스
마지막 18번홀. 5.5m 버디 퍼트를 성공한 욘 람(27·스페인)은 있는 힘껏 오른손 주먹을 내질렀다. 홀 주변을 가득 메운 갤러리들도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 골프장(토리파인스GC)에서만 총 8번의 우승을 차지했던 타이거 우즈(46·미국)를 떠올리게 하는 호쾌한 어퍼컷 세리머니였다.
이날만큼은 람이 ‘골프 황제’처럼 보였다. 17번홀(파4)에서 7.5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뒤 18번홀 버디로 극적인 역전 우승을 완성하는 화끈한 마무리였다. 이로써 람은 스페인 선수로는 최초로 US오픈 정상에 섰다. 개인 첫 메이저대회 우승과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복귀라는 명예도 동시에 안았다.
US오픈 우승 트로피를 안은 욘 람(왼쪽)이 4월에 태어난 아들 케파에게 입을 맞추고 있다. 오른쪽은 아내 켈리. 샌디에이고=AP 뉴시스
대회장인 토리파인스GC와의 인연도 조명을 받았다. 2017년 이곳에서 열린 파머스 인슈어런스에서 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던 람은 당시 골프장 근처 공원 절벽에서 지금 아내가 된 켈리에게 청혼을 했다. 람은 같은 애리조나주립대에서 육상(창던지기) 선수 생활을 했던 켈리와 2019년 결혼했다.
무엇보다 4월 첫아들 케파를 얻은 뒤 처음으로 맞이한 아버지의 날(현지 시간 20일)에 아내와 아들 앞에서 따낸 우승이었기에 더욱 잊지 못할 우승이 됐다. 손자와 함께 대회장을 찾은 부모 앞에서 우승 트로피를 든 람은 “삼대가 모두 그린 위에 모였다. 아들은 지금 이 상황을 알지 못하지만 미래에 알게 되면 즐거워할 것”이라며 기뻐했다.
한편 마지막까지 우승 경쟁을 펼쳤던 우스트히즌은 17번홀 티샷이 왼쪽으로 빗나가면서 보기를 해 US오픈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10년 디 오픈 우승자인 우스트히즌은 5월 PGA챔피언십 준우승 등 메이저대회 준우승만 6차례 하게 됐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했던 필 미컬슨(51·미국)은 공동 62위(최종 합계 11오버파 295타)로 마무리한 뒤 대학 후배인 람과 그 가족들에게 우승 축하를 보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