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집안일의 경제적 가치를 어제 발표했다. 음식준비, 청소와 정리 등 61개 무급 가사노동을 돈으로 환산했더니 그 가치가 연간 490조9000억 원(2019년 기준)이었다. 정부가 2018년 최초로 집안일의 가치를 발표했던 361조5020억 원(2014년 기준)보다 35.8% 증가한 수치다. 가사 부담의 남녀 비중은 약 3 대 7로 여성에게 치우쳐 있지만 그래도 큰 변화가 있다. 5년 전과 비교해 여성의 가사노동 가치가 30.4% 늘어난 데 비해 남성은 52.3% 급증했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가 늘면서 남성의 집안일 참여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무급 집안일은 무엇인가. 통계청은 집안일의 가치를 측정하기 위해 ‘생활시간조사’ 항목을 활용했다. 그중 제3자가 대신 해줄 수 없는 활동, 돈 받고 하는 일과 학습 등을 제외했다. 이렇게 나온 집안일은 시대 변화상을 반영한다. 반려동물 및 식물 기르기는 2014년에 단독 집안일 항목으로 분류됐다. 건조기를 쓰는 가정이 늘면서 세탁뿐 아니라 세탁물 건조도 집안일의 한 항목이 됐다. 아이에게 책 읽어주기, 대화하기도 무급 집안일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전 세계 여성들의 무급 가사노동 가치를 최저임금을 적용해 계산해 보도했다. 연간 10조9000억 달러(약 1경2379조 원·2019년 기준)다. 직장에 다니지 않고 집에서 살림하는 남자에게도 여자에게도 “집에서 논다”는 말을 농담으로라도 해서는 안 된다. 손자들을 돌봐주는 조부모 세대에게도 가능하다면 적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해드려야 한다. 이번 통계청 발표치를 반영한 집안일의 평가액은 시간당 1만3891원. 하루 6시간 일한다고 가정해 계산하면 월 250만 원 상당의 노동이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