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으로 주요국과 나란히 선 한국 발전 영속시킬 세계질서 고민할 시간 세계질서 기여한다는 믿음 타국에 줘야
우정엽 객원논설위원·세종연구소 미국센터장
세계 주요 7개국의 모임인 G7 정상회의에 의장국인 영국 정부의 초청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인도와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4개국이 참석했다. 주요국 정상들과 함께 세계가 당면한 문제들을 논의하고, 또 나란히 사진을 찍는 모습에서 우리의 국가 위상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비록 코로나19로 인해 열리지 못했으나, 작년에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G7 회의에 초청한 것을 보면 우리나라는 다른 주요국들과 함께 여러 문제를 논의하기에 충분한 몸집이 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2위다. 35위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제외하면, 중국(2위)과 브라질(9위), 러시아(11위)를 제외한 상위 13개국 중 10개 국가가 참석한 것이다. 경제적 몸집으로 보았을 때 우리를 포함하여 G8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 이상할 것이 없어 보인다. 러시아를 제외하고 바로 위 순위인 캐나다와 거의 차이가 없다. 물론, 우리 인구가 많기 때문에 개인 GDP는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우리의 빠른 경제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아직 주요국 모임에 들어가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 또한 고민해 보게 된다.
한 국가의 몸집이 커지는 것과 그 국가가 국제사회의 주요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은 사실 별개의 문제다. 내 몸집이 커졌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고, 몸집이 커진 만큼 다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 세계의 모든 문제를 관장하는 것처럼 보이는 미국 역시 불과 100년 전 자신들이 국제사회의 지도국이 될 것에, 더 정확히는 지도국 역할을 하는 것에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1년 전인 1913년 미국은 유럽과의 교역을 통해 경제가 성장하고 있었다. 유럽 국가들 역시 각 국가 간 산업 발전과 교역 증가로 매우 낙관적인 경제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1913년 통계를 보면, 미국의 대(對)독일 교역은 수출액이 3억5200만 달러, 수입액이 1억3400만 달러였다. 영국과는 수출 5억9100만 달러, 수입 2억7200만 달러, 프랑스와는 수출 1억5800만 달러, 수입 1억3900만 달러였다.
그럼에도 미국은 유럽의 안정과 관련해 어떻게 해야 할지 태도를 정하지 못했다. 1차대전이 미국의 개입으로 연합국이 승리할 수 있었다는 것과 별개로 전쟁 개입이 미국에는 좋을 것이 없었다는 의견이 미국 내에서 강해져 미국은 1935년 다시 ‘중립법’을 만들기에 이른다. 외국의 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고 중립법은 의미가 없어졌다. 이후 미국은 유엔 등을 만들고, 소련과의 냉전을 거치는 등 20세기 초반 세계 문제를 대하던 태도와는 전혀 다른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미국에 이익이 되는 세계질서 유지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트럼프 전 대통령 시기에서 보듯,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우리가 6·25전쟁 이후 급속하게 이룬 경제 발전은 어떠한 세계질서로 인해 가능했는가? 우리에게 필요한 발전을 지속시켜 줄 세계질서는 어떤 것인가? 우리와 다른 많은 국가들에 이익을 주는 세계질서의 안정에 대한민국이 공헌할 수 있다는 믿음을 다른 국가들이 가질 때 우리의 위상은 올라갈 것이다.
우정엽 객원논설위원·세종연구소 미국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