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인 클래식음악 칼럼니스트
1721년 3월 24일, 막 36세가 된 바흐는 쾨텐의 신민으로서 브란덴부르크의 변경백 크리스티안 루트비히에게 이른바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을 헌정했다. 바흐는 이 여섯 개의 협주곡을 통해 ‘잘 갖춰진 궁정음악’의 이상을 구현하고자 했다. 1720년대에 잘 갖춰진 궁정음악이란 호른과 트럼펫, 오보에, 바이올린, 파곳, 첼로, 비올라 다 브라초와 비올라 다 감바, 플루트와 하프시코드 등의 악기가 빠짐없이 구비돼 있는 것을 뜻했다. 쾨텐은 연주자의 기교가 뛰어났으니 바흐로서는 마음껏 원하는 악상을 풀어낼 수 있었다.
작품의 모티브 또한 제후의 미덕을 나타내고 있었다. 제후의 미덕이란 사냥, 용맹함, 예술 애호, 애민, 건강한 신체, 그리고 사려 깊음 등이었는데 이는 헤라클레스의 용맹함, 미네르바의 지혜 등 신화적인 이미지로 표현되곤 했다. 여섯 곡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은 각각 이러한 미덕을 주제로 삼고 있다.
때때로 삶에는 예기치 않은 변화가 찾아온다. 바흐는 교회음악을 쓰지 못하게 되었지만 기악음악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쾨텐의 작은 앙상블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외에도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무반주 첼로 모음곡’ 등 걸작을 탄생시켰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바라보며 변화를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바흐의 성실성과 변화하는 삶의 조건을 지혜롭게 활용하는 명민함을 마음에 담아둬도 좋을 것이다.
나성인 클래식음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