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넉달전 점검서 지적 쏟아져
21일 경기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과 전문가들이 소방활동이 가능한지를 점검하는 건물 구조 안전진단을 하기 위해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 이천=뉴시스
17일 대형 화재가 발생한 경기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가 화재 넉 달 전 소방시설 점검에서 277건에 달하는 지적을 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스프링클러나 경보기 작동 불량, 방화셔터 결함 등 주요 소방시설에서 다수의 결함이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물류센터가 대규모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200건 이상 지적사항이 나온 것은 명백한 관리 소홀”이라고 지적했다.
○ 소방시설 대부분에서 277건 결함 발견
보고서에는 스프링클러 설비 관련 지적사항이 60건으로 가장 많았다. 화재 발생 시 연기와 열을 감지해 스프링클러를 작동시키는 감지기 불량이 26건이었다. 스프링클러를 고정해 주는 지지대가 탈락되거나 스프링클러의 살수 거리가 짧아 사각지대가 생긴 경우도 있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여러 지적사항 중에서도 스프링클러 관련 지적사항은 특히 문제다. 만약 오작동으로 인한 제품 손상을 막기 위해 수신기를 꺼놓는 등 인위적인 조작까지 있었다면 초기 화재 확산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재 발생 시 확산을 막아주는 방화셔터 불량도 26건 지적됐다. 이 교수는 “방화셔터 감지기에 불량이 있었다면 셔터가 내려오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열과 연기가 확산돼 다른 층으로 불이 번질 수 있다”고 했다. 쿠팡 물류센터는 화재 당일 약 3시간 만에 큰 불길이 잡혔다가 이후 갑자기 재확산되면서 건물 상층부까지 불길이 번졌다. 경찰은 지하 2층 창고에서 시작된 불이 다른 곳으로 번지는 과정에서 방화셔터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확인할 계획이다.
○ 소방, 쿠팡 측 서면으로 시정 여부 점검
화재 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소방시설법)에 따르면 소방시설이 설치된 건물의 소유자 또는 관리자는 정기적으로 점검해 인근 소방본부장이나 소방서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쿠팡 덕평물류센터는 이에 따라 2월 1일부터 10일까지 용역업체를 통해 소방점검을 실시한 뒤 같은 달 22일 이천소방서 소방특별조사팀에 결과를 제출했다. 소방 관계자에 따르면 이 물류센터는 1년에 2회 소방시설 점검을 실시했다고 한다.
이천소방서는 지적 사항 277건에 대해 9일 시정 조치가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2월 제출된 보고서를 바탕으로 3월에 시정 명령을 내렸고 이후 3개월 동안 대부분 개선이 됐다는 것이다. 소방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조치 이행 여부를 확인한 것은 아니다. 쿠팡 측으로부터 소방 설비 관련 사진을 서면으로 제출받아 확인이 이뤄졌다. 이천소방서 관계자는 “자체 규정에 따라 확인 작업을 진행했다. 서면으로 대체한 것에 규정상 문제는 없다”고 했다.
이천=공승배 ksb@donga.com / 박종민·조응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