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소비혁명, 뉴커머스가 온다] 재택근무 ‘55세’ 朴부장의 하루 5060쇼핑, 빅데이터-소셜 분석해보니
서울 양천구에 사는 박모 부장(55)은 오전 9시 서재에서 컴퓨터를 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전에는 광화문으로 출근했지만 요즘은 집에서 업무를 시작한다. 지난해 초부터 일주일에 이틀씩 아내와 번갈아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본보는 KT의 생활인구 실태자료와 앱 접속 데이터, 바이브컴퍼니의 소셜 분석 자료, SSG닷컴의 소비데이터를 토대로 코로나19 이후 등장한 ‘부머쇼퍼’ 박 부장의 하루를 따라가 봤다.
○ 안방에서 서재로 출근하고 밀키트로 식사
박 부장은 점식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쇼핑앱에 접속한 뒤 ‘아이쇼핑’을 했다. 코로나19 초기 마스크와 생필품을 대량 구매하려고 온라인 쇼핑을 시작했다가 이제는 진화한 이커머스인 뉴커머스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쿠팡의 앱 사용자 수는 코로나 1차 유행 시기에 108% 급증했다. 50대 남성 사용자 수 증가율은 137%로 폭증 수준이었다. 50대 남성들은 박 부장처럼 주로 정오 무렵에 쇼핑을 즐겼다. 코로나 이전보다 1명당 클릭 수는 6% 늘어난 반면 총 체류시간은 26%가량 줄었다. 수시로 짧게 짧게 접속하는 패턴을 보인 것이다.
박 부장은 금연패치와 유산균 제품을 구매한 뒤 해외 직구가 가능한 스마트 워치와 신형 모니터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식사 후에 지난주 온라인으로 구매한 신상 아웃도어를 꺼내 입고 용왕산 둘레길로 나섰다. 집콕으로 체중이 불어 위기감을 느끼는 박 부장은 점심 시간 동네 뒷산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배 나온 중년 아저씨가 되고 싶진 않았다.
○ 주가 검색에 시리즈물 애청, 심야에는 ‘보복소비’
업무를 마친 박 부장은 퇴근 버튼을 누르고 거실 안마의자에 누웠다. ‘집콕’ 시간이 길어지며 장만한 ‘핫템’이었다. 코로나19 이전이라면 종각역 근처 단골집에서 동료들과 곱창에 소주 한잔 하러 갈 시간이었다. 박 부장 같은 중년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지난해 기준 퇴근시간 이후(오후 6∼10시) 종각역 젊음의 거리를 찾는 50대 남성 생활인구는 전년보다 24.9% 감소했다.
저녁식사는 인근 맛집에서 배달주문한 해물탕에 전통주를 곁들이면서 집에서 외식 기분을 냈다. 잠들기 전 아내가 새벽에 배송될 신선식품을 주문하는 사이 박 부장도 모바일 쇼핑앱에 들어갔다. 주말에 가족들과 강원도로 여행갈 계획을 짰다. 여러 앱을 들락거리던 박 부장은 배송일자가 가장 빠른 한 앱에서 레이밴 보잉 선글라스의 원터치 결제 버튼을 눌렀다. 결제 완료와 함께 배송 안내 문구가 떴다. ‘내일 새벽 7시 전 도착 보장.’
‘집콕’ 朴부장 “외모 신경쓸 날 줄어”… 면도기-양말-헤어용품 씀씀이 감소
외출 뜸해 여행용품 적게 사고 잠옷 등 편한 옷엔 지갑 열어
본보와 SSG닷컴이 연령대별 구매품목을 분석한 결과 50대 남성의 구매가 전년보다 크게 줄어든 품목은 주로 외부 활동과 관련된 제품들이었다.
수영복은 50대 남성이 전년보다 적게 산 제품 5위에 올랐다. 여름휴가철에도 휴양지로 떠나는 사람이 크게 줄어든 데다 수영장 등 실내체육시설이 영업 제한을 받은 영향이 컸다. 통상 유통업계에서는 여름휴가철 전인 5, 6월에 수영복 판매를 끝내지만, 지난해에는 물건이 팔리지 않아 7, 8월에도 판촉 행사를 진행할 정도였다.
‘집콕’으로 의류 소비도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외출을 하지 않게 되면서 새 옷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었기 때문이다. 트렌치코트(14위) 남성 점퍼(38위) 등 남성 의류 관련 제품 다수의 매출 감소 폭이 컸다. 같은 이유로 양말(35위) 헤어케어(47위) 전기면도기(48위)도 덜 팔린 제품 순위에 들었다. 반면 잠옷 등 집에서 입기 좋은 편한 옷들의 지난해 판매 순위는 2019년에 비해 소폭 올랐다.
공기청정기는 50대 남성이 지난해 덜 소비한 제품 순위 기준으로 8위였다. 실제 외부 활동 감소와 중국발 미세먼지 감소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국내 초미세먼지의 연평균 농도는 초미세먼지 관측을 시작한 2015년 이래 가장 낮았다.
특별취재팀 ▽ 팀장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취재 황태호 사지원 이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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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김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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