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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에 다시 공넘긴 美 “‘좋다, 협상하자’는 분명한 신호 기다려”

입력 | 2021-06-22 03:00:00

성김 “조건없는 대화 제안”



한미일 북핵대표 한자리에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왼쪽)와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가운데),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시작하기 전 기념 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성김 “北에 조건없는 대화 제안… 긍정 반응 희망”
한미일 북핵대표 협의서 첫 공개
“곧 답변 기대” 여러 차례 강조… 방한기간 판문점 접촉 여부 관심



한국을 방문 중인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사진)가 21일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나자는 우리 제안에 북한이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대북특별대표로서 처음 방한해 북한에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제의한 사실을 처음 공개하면서 호응을 촉구한 것이다. “곧 긍정적인 답을 얻기를 희망한다”고도 여러 차례 강조해 김 대표가 한국에 머무는 23일까지 판문점에서 북-미 접촉이 성사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뒤 첫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 모두발언에서 “우리의 대북정책은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 있고 이를 모색해나가는 정밀하고 실용적인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열린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 모두발언에서는 “우리는 평양으로부터 대화 제안에 대한 답을 기다리고 있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화 언급이 우리가 조만간 긍정적인 답을 들을 것임을 의미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북한과 협상을 전담하는 김 대표가 협상 재개의 공을 북한에 넘긴 것. 김 대표는 이날 북-미 대화를 위해 판문점을 방문할 계획이 있는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18일 폐회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대화에도 대결에도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말해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다만 대북정책 검토를 마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여러 차례 접촉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아직 구체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北에 다시 공넘긴 美 “‘좋다, 협상하자’는 분명한 신호 기다려”


북-미 모두 대화 재개에 열려 있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성 김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이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1년 4개월 동안 멈춰 있던 북-미 대화에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특히 김 대표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했다며 북한의 호응을 촉구한 것은 방한 기간 동안에라도 북한이 답을 주면 바로 만나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한미는 북한의 반응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 대표는 한미, 한미일 간 북핵수석대표 협의 모두발언과 한미 협의 이후 약식 기자회견 등 공개된 세 번의 발언에서 모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화 준비 관련 언급을 주목했다”며 “우리의 대화 제안에 대한 북한의 긍정적인 답변을 곧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김 대표가 조건 없는 대화를 강조하면서 북한에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같은 대화 재개 조건을 내걸지 말라며 공을 북한으로 넘긴 것이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20일(현지 시간) ABC방송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대미 메시지에 대해 “흥미로운 신호”라고 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발언으로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이 이 방향으로 일을 시작하기 위해 테이블에 앉을 준비가 됐는지에 대한 평양의 분명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정확하게 무엇을 기다리느냐’는 질문에는 “(북한이) 좋다, 해보자, 앉아서 협상을 시작해 보자는 분명한 신호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가 방한한 시점에 나온 설리번 보좌관의 발언은 북한에 당 전원회의 발언이나 담화문 같은 형식의 간접 메시지로 변죽만 울리지 말고 대화에 나와 북한의 의도와 생각을 직접적으로 분명하게 밝히라는 압박으로 풀이된다.

한미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이날 처음으로 열린 한미,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각각 45분, 1시간씩 이어가면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하노이 회담 결렬 때 직접 제기한 ‘영변 핵시설 폐기와 주요 대북 제재 해제를 맞바꾸자’는 요구에서 다시 협상을 시작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김 대표는 한미 협의에서 “우리는 대화와 대결을 거론한 김 위원장의 최근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며 “우리도 (대화와 대결) 어느 쪽이든 준비돼 있다”고 했다. 특히 한미일 협의에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계속 이행할 것”이라면서 “모든 유엔 회원국, 특히 안보리 이사국들이 이에(대북제재) 동참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에 가하는 위협을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회담에서는 대화에 방점을 찍었지만, 3자 협력을 강조한 한미일 회담에서는 대북 제재 유지도 강조하면서 제재의 구멍으로 의심받는 중국과 러시아에 철저한 이행을 요구한 것이다.

북한이 대화 재개 조건으로 내건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없이 협상에 나서겠다는 구체적인 신호가 아직 보이지 않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도 진정되지 않은 만큼 당분간 북-미 관계가 극적으로 바뀌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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