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 서서히 굳는 염증성 질환
흉부 CT-폐기능 검사로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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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코리아
폐가 서서히 굳어가는 질환이 ‘폐섬유증’이다. 몸에 상처가 생기면 낫는 과정 중에 하나가 상처 부위가 딱딱해지는 것이다. 폐 섬유화도 폐가 어떤 이유로 손상을 받은 뒤 치유되는 과정에서 남는 상처라고 할 수 있다. 김영환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와 특발성 폐섬유증에 대해 알아봤다.
―특발성 폐섬유증이란….
“소위 흉터라고 한다. 우리 몸에 생긴 상처가 낫는 과정에서 흉터가 생기듯 폐섬유화도 그렇다. 대부분 폐섬유화에는 분명한 원인이 있다. 광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석탄가루를 장기간 흡입하기 때문이고, 돌가루가 많은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공중에 흩날리는 돌가루를 많이 마셔 폐질환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간혹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특발성 폐섬유증이라고 한다.
―환경적·직업적 원인으로 폐 섬유화가 발생한다는 것인가.
“대부분의 폐질환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폐가 바깥 공기를 들이마시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하는지, 어디서 생활하는지, 그곳의 환경이 어떤지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일례로 서양 사람들은 새를 키우는 경우가 많은데 공기 중에 있는 새의 분비물 등을 마셔 폐질환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렇게 원인을 알고 있으면 거기에 맞는 치료를 할 수 있지만 특발성 폐섬유증은 원인을 알 수 없다. 그래서 희귀질환으로 불린다. 환자 입장에서도 진단을 받는 과정이 쉽지 않다. 특발성 폐섬유증으로 진단받기 위해서는 앞서 예를 든 모든 가능성이 원인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간혹 ‘유전적 요인이 원인이 아니겠느냐’고 질문하는 환자도 있지만 발생 빈도는 매우 낮다. 특정한 원인을 찾기 어렵지만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흡연이다.”
“주요 증상은 기침과 호흡곤란이다. 하지만 호흡기질환 대부분에서 생길 수 있는 흔한 증상이기 때문에 단순히 기침과 호흡곤란이 나타난다고 해서 특발성 폐질환이라고 진단할 수는 없다.
특발성 폐섬유증을 진단하는 필수 의학적 기준은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과 폐기능 검사다. 진단이 확실하지 않을 때에는 폐조직 검사를 한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완치가 어렵다. 과거 미국에서는 진단 후 평균 생존율을 3∼4년으로 명시했지만 지금은 이보다 생존 기간이 더 늘어났다. 국내는 환자 생존율이 더 길다. 세계 평균 생존율이 4년 내외라고 한다면 우리나라는 7∼8년이다. 국내에서는 건강검진으로 초기에 발견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폐 이식의 성공률은 간이나 신장에 비해 낮다. 폐는 여러 장기 가운데 유일하게 몸의 외부와 상호작용을 하는 기관으로 이식 후 합병증이나 거부반응이 일어나는 경우가 흔하다. 따라서 이식 후에도 5년 이상 장기 생존율이 50∼60% 정도다. 이 때문에 약물로 진행을 억제하는 게 중요한데 안타깝게도 현재 의학 기술에서 섬유화된 조직을 원 상태로 완전히 돌려놓는 기술은 없다. 다만 서서히 진행되는 질환인 만큼 섬유화를 억제하는 약을 사용할 수 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