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카펫회사, 환경오염 고객항의에 부분교체 타일 단위 제품 개발 일관된 환경 관심 덕 1위 지위 공고… ESG 전환시 일시적 손해 감수해야
미국의 기업용 카펫 회사 ‘인터페이스’는 환경 보호를 위해 제품이 손상됐을 때 카펫 전체를 폐기하지 않고 일부만 교체할 수 있도록 타일 단위 제품을 기획 제작하는 등 ESG를 기업의 의사결정에 반영해 왔다. 사진 출처 인터페이스 홈페이지
최근 한국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중심 경영 트렌드는 ‘혼돈’으로 요약된다. 곳곳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강의와 콘퍼런스가 열리고 있고, 기업에서도 담당 부서가 빠르게 생겨나고 있다. 이는 정부의 정책, 기업의 경영 환경 변화, 사회의 요구가 맞물리면서 일어난 변화다. 물론 관심이 과도해진 측면이 없지 않지만, ESG를 기반으로 한 이 같은 지속 가능 경영 트렌드는 일회성이라기보다는 앞으로도 이어질 비가역적인 흐름으로 보인다.
ESG를 이해할 때 ‘투자자 관점에서 평가’라는 요소를 먼저 기억해야 한다. 실제로 전 세계 기업들이 ESG에 관심을 보이게 된 것도 금융을 포함한 여러 이해관계자가 ESG 요소를 기업의 중장기적 가치 평가에 반영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하지만 진정한 변화는 ESG 전략이나 성과에 따라 실제 기업 경영의 의사결정이 좌우될 때 일어날 것이다. 비용만 쓰는 부서 취급을 받던 사회적 가치 담당 조직이 경영 일선에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 ESG 정보를 반영해 계획돼 있던 신사업을 중단하거나 과거라면 하지 않았을 연구개발을 추진할 수도 있어야 한다.
이렇게 10년 넘는 시간 동안 노력한 끝에 인터페이스는 이제 기존의 탄소 배출량을 스스로 절감하는 성과를 내게 된 것을 넘어 목표보다 더 많은 양의 탄소를 줄이는 회사가 됐다. 단기적인 관점에서만 보면 창업자의 결정은 회사의 매출을 오히려 줄일 가능성이 높은 선택지였다. 하지만 환경에 대한 일관된 관심 덕분에 인터페이스는 세계 1위 카펫 기업으로서 지위를 공고히 하고 ESG 흐름에 맞춰 건설사와 건물 운영사들이 선호하는 기업의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기업의 경영은 반드시 이겨야 하고, 살아남아야 하고, 상대를 죽여야 하는 전쟁 영화가 아니다. 물론 그런 싸움을 일부 내포하고는 있지만, 잠깐의 전투에서는 밀리더라도 결국에는 사랑이 성취되는 멜로 영화와 같다. 그런 의미에서 ESG로의 전환도 일시적 손해를 감수하는 인내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기업 내재화와 장기적 실천이 중요한 만큼 인터페이스 사례처럼 기업의 특성 가운데 어떤 부분을 ESG와 접목할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작업이 우선 돼야 한다.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이사 timothydho@impactsquare.com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