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개편안 손봐야
허진석 논설위원
장기보유자, 기존보다 세금 늘어
비과세 혜택 기준선이 실거래가 기준으로 12억 원까지 높아진 것은 양도세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낸다. 2년 이상 거주한 1주택자는 기존에는 실거래가 9억 원 이하일 때만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았지만 여당 개편안이 시행된다면 12억 원 이하까지 적용된다.
수십년 거주, 은퇴자에 직격탄
여당의 개편안이 시행되면 오래전 집값이 지금보다 싸던 시절에 서울 강남이나 목동, 여의도 등에서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구입해 20∼30년간 살다가 은퇴한 사람들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보유기간이 길어 양도차익은 클 수밖에 없는데 공제혜택이 이전보다 줄어 세금을 더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은퇴자들 사이에서 “정부가 시키는 대로 집 한 채 사서 평생 살아 온 1주택자에게 세금 폭탄을 때리는 게 공정한가”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번 정책으로 9억∼12억 원에 있던 집값이 12억 원으로 오르는 ‘키 맞추기’ 부작용도 우려된다. 실거래가 12억 원까지는 비과세 혜택이 있기에 그보다 조금 낮은 가격대의 주택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을 끌어올릴 수 있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취지 어긋나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부동산을 오래 보유할수록 양도차익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해 주는 제도다. 단기적 투기가 아닌 건전한 부동산 투자와 소유를 유도하겠다는 취지가 있다. 또 부동산을 오래 보유하면 물가상승에 의한 가격 상승분도 포함되기 때문에 이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춰줘야 할 필요도 있다.
무엇보다 1가구 1주택을 장기 보유하는 경우 80%에 이르는 높은 공제율을 적용하는 것은 1가구 1주택이 국민 주거 안정에 필수적인 요건이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기존의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하더라도 양도세가 높은 나라에 속한다”며 “1주택을 오래 보유한 사람의 양도세 부담이 커지면 그들은 비슷한 환경의 집으로 이사를 갈 수 있는 자유를 박탈당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장기보유특별공제 도입한지 12년만에 축소
양도세 감면 혜택은 현 정부 들어 계속 줄어들고 있다. 다주택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없애는 것을 시작으로 1주택자가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는 조건도 점점 까다롭게 만들고 있다.
정부는 2017년 8·2대책을 통해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안에 있는 주택을 양도하면 양도세를 중과함과 동시에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이때 1주택자가 양도세 비과세 혜택(양도가 9억 원 이하)을 받으려면 조정대상지역에서는 2년 이상 거주해야 하는 조건이 생겼다. 물론 조정대상지역 주택이 아니거나 8월 2일 이전에 취득했다면 2년 이상 거주할 필요는 없었다.
이듬해 9·13대책에서는 1주택자가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을 받으려면 규제지역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2년 이상 거주해야 하는 것으로 조건이 강화됐다. 2017년 8월 2일 이전 취득 주택이더라도 9·13대책에 따라 2020년 1월 1일 이후 양도할 경우에는 2년 이상 거주해야 최대 80%의 공제를 받을 수 있다.
2019년에 나온 12·16대책에서는 1주택자가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최대(80%)로 받으려면 사실상 그 집에 10년 이상 살아야 한다는 취지의 조건이 붙었다. 공제율을 보유기간(연 4% 공제)과 거주기간(연 4% 공제)으로 구분해 적용키로 한 것이다. 즉 실거주하며 보유해야 연 8% 공제를 받고 2년 이상 실거주 후 보유만 하면 보유기간에는 연 4% 공제만 된다. 만약 거주기간이 2년 미만이면 일반 장기보유특별공제(연 2%)가 적용돼 최대 30%(15년 이상 보유)까지밖에 공제를 받지 못한다. 올해 1월 1일 이후 양도분부터 적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축소는 그래도 10년 이상 실거주하려는 1주택에게는 별다른 영향이 없어 최대 80%의 공제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여당의 개편안은 이 혜택마저 없앴다. 아무리 오래 실거주를 했더라도 양도차익이 5억 원 이상이면 공제율이 10∼30%포인트 더 낮아져 세금이 늘 수 있기 때문이다. 최대 80% 공제 혜택이 축소되는 건 2009년 이후 처음이다.
허진석 논설위원 jameshu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