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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전동킥보드를 타고 보행자 도로를 달리던 A 씨는 길을 건너기 위해 자동차가 다니는 교차로로 들어섰다. 하지만 급하게 진입하느라 왼편에서 우회전하던 자동차를 미처 보지 못하고 부딪히고 말았다. 전동이륜평행차(전동휠)를 타고 일방통행 길을 역주행하던 B 씨는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서 진입하던 차량과 충돌했다. 앞으로 보험사들은 A 씨와 B 씨에게 70%의 사고 책임을 물릴 예정이다.
앞으로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를 타다가 교통사고가 나 보험 처리를 할 때 오토바이처럼 도로를 이용하는 교통수단에 준하는 과실 책임을 져야 한다. 최근 전동킥보드 관련 교통사고가 늘면서 사고 보험 처리를 위한 과실 기준이 처음으로 마련된 것이다.
● 급증하는 킥보드 사고…보험 과실비율 첫 마련
손해보험협회는 개인형 이동장치와 자동차 간 교통사고에 대한 과실비율 ‘비정형 기준’ 38개를 만들어 과실비율정보포털(accident.knia.or.kr)에 공개했다고 23일 밝혔다. 개인형 이동장치는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1인용 교통수단으로 전동킥보드, 전동이륜평행차, 전기로만 움직이는 자전거 등이 포함된다. 이번에 공개된 과실비율에 따라 A 씨와 B 씨는 70%의 과실 책임을 져야 한다. A 씨는 전동킥보드가 통행할 수 없는 보도에서 교차로로 진입했기 때문에, B 씨는 일방통행 법규를 어겼기 때문이다.
손보협회는 “이번 기준은 개인형 이동장치의 운행 특성을 반영해 사고 발생 시 가해자와 피해자를 명확히 구분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개인형 이동장치의 과실 기준은 대체적으로 자전거보다는 높고, 오토바이에 비해선 약간 낮게 적용됐다.
● “교통질서 어기면 과실비율 더 높아”
특히 이번 기준은 교통법규를 위반한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자의 책임을 무겁게 봤다. 예를 들어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중앙선을 침범하거나 횡단보도 신호를 위반하다가 정상적으로 주행하던 차량과 충돌했다면 킥보드 이용자의 100% 과실로 본다. 또 급출발, 급회전 등이 쉬운 전동킥보드의 운행 특성을 반영해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자가 급진입하거나 급회전하다가 사고가 나는 경우 과실 책임을 자전거 관련 기준보다 무겁게 적용했다. 예컨대 신호등이 없는 사거리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는 전동휠 이용자 C 씨와 맞은편에서 직진하는 D 차량이 부딪혔다면 과실비율은 60 대 40이 된다. 협회는 “직진 차량이 좌회전 차량보다 우선권이 있고 개인형 이동장치가 자전거보다 급가속과 방향 전환이 가능해 회피가 어려운 점을 감안했다”고 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