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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장마철 앞두고 작년 피해 복구도 안 한 산지 태양광 시설

입력 | 2021-06-24 00:00:00

1년 전 수마가 남긴 흔적 21일 드론으로 촬영한 전북 장수군 천천면 장판리의 산지 태양광 발전 시설. 지난해 8월 폭우로 무너진 비탈면이 복구 작업도 없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시설 사업자는 지난해 10월부터 6차례나 군의 원상복구 명령을 받았지만 여전히 복구 작업을 하지 않고 있다. 장수=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지난해 여름엔 역대 최장 장마 기간에 퍼부은 폭우로 태양광발전 시설이 들어선 전국 각지에서 산사태 피해가 발생했다. 산림청의 의뢰로 산지보전협회가 작성한 ‘산지 태양광발전 피해시설 정밀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비 피해가 발생한 태양광 시설은 27곳, 피해 면적은 측정 가능한 20곳만 해도 5만7484m²로 집계됐다. 그런데 장마철을 앞두고 동아일보 취재팀이 이 중 몇 곳을 둘러본 결과 개선 조치를 하기는커녕 지난해 발생한 피해조차 아직 복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북 장수군의 태양광 시설에서는 지난해 폭우로 시설 아래쪽 토사가 쓸려 내려가 농지를 덮치는 피해가 발생했다. 그런데 10개월이 지난 지금껏 복구 작업은 시작도 안 한 상태다. 경남 산청군 태양광 시설 2곳도 복구나 개선 작업이 끝나지 않았다. 경북 청도군 태양광 시설은 2년 전 주변 콘크리트 옹벽이 무너지는 피해를 입고도 붕괴된 옹벽을 그대로 둔 채 임시 조치만 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옹벽 아래로는 20명 넘는 주민들이 살고 있어 자칫하다간 인명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태양광 사업자들의 안전불감증도 문제지만 관리 감독의 의무가 있는 정부 기관들과 지방자치단체의 무책임한 행태는 더욱 기가 막힌다. 지자체는 태양광 시설이 민간 사업장이어서 피해 복구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고 한다. 산림청이 지난해 산사태 방지 정책 및 제도 개선을 약속하고도 관련 법령을 정비하지 않은 탓이다. 태양광 설비 안전에 대한 총괄 책임이 있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산림청 및 지자체와 비상대책반을 운영하고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한 게 1년 전이다. 그래놓고 장마철이 닥쳐서야 다시 특별 점검을 하겠다고 한다.

지난해 산사태 발생 건수는 6175건으로 역대 3번째로 많았다. 태풍과 호우로 인한 인명 피해는 46명, 재산 피해액은 1조 원이 넘는다. 기후변화로 기상 이변이 잦아지고 강도도 세지는 추세다. 머지않아 제주와 남부지방부터 장마가 시작된다. 지금이라도 산사태와 침수 피해 우려 지역에 대해 예방 조치를 단단히 해두어야 한다. 산사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작업도 더 이상 미뤄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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