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3명이 40세 노숙 남성 제압 시민들 질식 경고에도 5분 눌러… 소수민족 로마니인 차별문제 비화 목격자 “경찰, 엉뚱한 사람 제압”, 경찰 “먼저 공격… 마약성분 검출”
19일 체코 북서부 테플리체에서 한 경찰이 로마니족 스타니슬라프 씨를 바닥에 엎드리게 한 후 무릎으로 목을 누르고 있다. 또 다른 경찰은 그의 발을 잡고 있다. 로메아TV 캡처
체코에서 소수민족 로마니 남성이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5월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을 짓눌려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과정과 비슷하다. 플로이드 사건으로 인종차별을 규탄하는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시위가 발발했듯 체코에서는 이를 본뜬 ‘로마니인 생명은 소중하다(Romani Lives Matter)’ 추모 운동이 일고 있다.
22일 가디언 등에 따르면 19일 체코 북서부 테플리체에서 스타니슬라프 씨(40)가 경찰 3명에게 진압당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동영상에 따르면 경찰 한 명은 그를 제압해 바닥에 엎드리게 한 후 무릎으로 목을 5분 이상 눌렀다. 또 다른 경찰은 그의 발을 잡았고, 나머지 경찰은 손에 수갑을 채웠다. 이 모습을 본 행인들이 “질식할 수 있다”고 웅성거렸지만 경찰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의식을 잃었고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구급차 안에서 사망했다. 그는 한때 슈퍼마켓 경비원이었지만 현재 노숙 생활을 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1년 전 미국에서 벌어졌던 플로이드 사건이 재연되는 듯한 모습은 시민들에게 촬영됐고 소셜미디어에서 확산됐다. 그가 ‘집시’로 불리는 로마니인으로 밝혀지면서 그간 누적된 인종차별 문제가 터졌다는 반응도 나왔다. 로마니는 유랑 민족으로 체코 내 30만 명을 비롯해 유럽 전역에 1200만 명이 흩어져 살고 있다. BBC에 따르면 로마니인의 60% 이상이 “인종 차별을 자주 경험했다”고 답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