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임위 5차 전원회의…업종별 차등적용 재논의 4차 회의 이어 또다시 결론 못 내…29일 표결로 勞 "소모적 논쟁 야기" vs 使 "지불 능력에 차이" 경영계, 노동계 최초 요구안 제시에 "매우 유감"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심의가 초반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본격적인 최저임금 수준을 논의하기도 전에 노사는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를 놓고 또다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최임위는 오는 29일 표결을 통해 차등적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최저임금 심의·의결 기구인 최임위는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5차 전원회의를 열고 지난 4차 회의에서 결론을 내지 못한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 논의를 이어갔지만 합의 도출에 재차 실패했다.
결국 최임위는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를 오는 29일 열리는 제6차 회의에서 표결을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최임위는 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 9명씩 27명으로 구성되는데, 노사 간 이견이 팽팽한 상황에서 정부의 추천을 받은 공익위원에게 사실상 공이 넘어간 것이다. 업종별 차등적용 사례는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한 첫 해인 1988년뿐이다.
앞서 이날 회의에서 노사는 이 문제를 놓고 날카롭게 대립했다.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다르게 지급할 경우 업종 선정 문제, 업종별 갈등, 그로 인한 고용 안정성 저해 문제 등 또다른 소모적 논쟁과 갈등이 야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희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도 “기업의 지불 능력에 대한 차이로 업종별 차등 적용을 해야 한다는 경영계의 주장에는 합리적 기준이나 통계가 없다”며 “업종별 구분 적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또 “재난 시기마다 피해가 심각한 업종을 구분해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이야기한다면 결국 최저임금 제도 자체를 없애자는 것”이라며 “존재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경영계는 업종별 차등적용 심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노동계가 최초 요구안부터 발표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하며 업종별 구분의 당위성을 더욱 강조했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업종별 구분 적용에 대한 심의가 끝나기도 전에 노동계가 최초 요구안을 발표하는 것은 통상적인 절차와 과정이 아니라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양대 노총은 이날 회의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노동계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 최저임금(8720원)보다 23.9% 인상된 1만800원을 제시했다.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 본부장도 “최근 일부 경기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만, 대부분의 영세 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코로나19 충격으로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하소연한다”며 “현재 이들의 경영 상황은 빨간불이 켜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이유로 지불 능력이 안 되는 소상공인, 영세 중소기업들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주장하는 것”이라며 “현장의 어려움과 책임 의식을 가지고 (최임위에서) 업종별 구분 여부를 심도있게 논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임위는 오는 29일 업종별 차등적용 표결 이후 곧바로 내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날 노동계가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최임위에 공식적으로 제출하지는 않았고, 경영계도 업종별 차등적용 논의를 이유로 아직 요구안을 제출하지 않아 29일께 노사가 동시에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계는 올해도 삭감 또는 동결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노동계와 경영계의 최저임금 요구안 격차는 최소 2000원으로 차이를 좁혀나가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8월5일이다. 이의제기 절차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심의를 마쳐야 한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