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금리를 1, 2번 올린다고 해도 긴축이라고 볼 수 없다”며 정부의 확장적인 재정정책과의 충돌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한쪽에선 통화 당국이 금리를 올려 시장에 풀린 돈을 회수하고, 다른 쪽에선 정부와 여당이 30조 원 이상을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경제 현장에 막대한 돈을 푸는 것을 두고 ‘엇박자 정책’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기자간담회를 열고 “통화·재정정책 공조는 반드시 똑같은 방향과 비슷한 강도로 한 방향으로 운용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은과 정부 간 ‘엇박자’ 논란을 일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충격이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는 만큼 통화정책 기조의 수정 필요성은 커졌지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재정 지원 역시 불가피하다며 ‘투 트랙’ 정책을 언급한 것이다.
이 총재는 “전체적인 경기회복세는 뚜렷하지만 자영업자와 고용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며 “통화정책은 완화 정도를 조정하고 재정정책은 취약 부문을 지원하는 게 상호 보완적인 바람직한 정책조합”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면 이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계층이 있을 수 있는데 재정정책에서 이런 어려움을 커버해줘 오히려 통화정책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되 이에 따른 시장의 충격은 정부의 재정정책으로 만회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전날 김부겸 국무총리는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은의 기준금리 연내 인상 가능성과 관련해 “거시경제의 정책 운영에서 보면 재정 당국과 한은 사이에 어느 정도 논의는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엇박자에 따른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에 재정이 충분히 흘러갈 수 있게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이 금리 인상 시 취약계층의 충격을 덜어주려면 직접 현금을 주는 것보다는 특정한 사용처에서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화폐 등으로 지급해 돈이 시장에 흐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송충현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