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공사(KBS) 이사회가 KBS 수신료 인상안을 30일 의결하기로 했다. 올 초 KBS는 월 2500원(연 3만 원)인 수신료를 월 3840원(연 4만6080원)으로 53.6% 인상하는 방안을 상정했다. KBS가 전기료에 묶어 사실상 준조세 형태로 걷는 수신료는 지난해 6790억 원에 달했다. 이번 인상안이 확정되면 연간 수입은 1조 원 이상으로 크게 늘어나게 된다.
KBS가 2TV의 상업광고 폐지 얘기를 분명히 하지 않은 채 수신료를 대폭 인상하겠다는 것은 시청자를 우롱하는 것이다. 게다가 7월부터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까지 허용된다. 시청자로선 “시도 때도 없이 광고를 보면서 수신료까지 내야 하느냐”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과거 수신료 역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KBS는 1994년 수신료·전기료 병합 제도로 사실상 2배에 가까운 징수 효과를 거뒀으면서도 2TV를 통해선 상업광고로 이익을 내는 기형적 구조를 만들었다. 이후 몇 차례 수신료 인상을 시도하면서도 “수신료를 인상해주면 방송의 질을 높이고 광고도 줄이겠다”고 말만 해놓고는 구체적 실행 의지를 담은 상업광고 폐지 로드맵은 내놓지 않았다.
채널이 다양해지고 시청 행태가 바뀌면서 TV수상기를 이용하는 비율이 떨어지고 지상파 방송을 아예 보지 않는 집들도 많다. 지난해 수신료를 환불받은 가구가 3만6273가구로 역대 최다를 기록하기도 했다. 상업광고가 아예 없는 일본 NHK도 수신료를 내리며 시청자들의 눈치를 살피는 실정이다. 억대 연봉자가 절반이나 되고 인건비가 연간 5200억 원이나 되는 상황에서 방만한 경영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게을리한 채 상업광고와 수신료 인상을 둘 다 챙기겠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