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바이러스에 강한 mRNA백신 정부, 전문팀 꾸려 자체 개발 지원 체내 mRNA 보호하는 지질나노입자 백신 안정성에 가장 중요한 역할 美-英이 관련 특허 독점하고 있어 제조-특허 회피 ‘투트랙’ 전략 필요
화이자 연구원이 mRNA 백신 관련 실험을 하고 있다. 화이자 트위터 캡처
mRNA 백신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체내 침투 시 활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인공적으로 체내에서 생성할 수 있는 ‘설계도’ 역할을 하는 유전물질(mRNA)을 주입한다. mRNA를 통해 만들어진 스파이크 단백질을 인체 면역시스템이 인지하고 대응하는 항체를 만들어내는 원리다.
24일 과학계에 따르면 mRNA 백신을 자체 개발하기 위해서는 mRNA 설계 및 제조 기술은 물론 지질나노입자(LNP)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LNP는 체내에 주입된 mRNA가 분해되지 않도록 하고 타깃 세포까지 안정적으로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다. 미국 ‘아뷰투스’와 영국 ‘제네반트’ 등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LNP 제조기술 특허를 회피할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특허 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생명과학과 나노과학의 ‘앙상블’ LNP
RNA간섭 현상은 RNA가 염기서열이 서로 쌍을 이루는 mRNA에 결합해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현상으로, 이를 이용한 간염, 신경질환, 암 등 치료제 연구가 활발하다. RNA간섭에는 ‘작은 간섭 RNA(siRNA)’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siRNA를 이용한 치료제가 파시티란으로, 여기에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가 보유한 LNP 기술이 적용됐다. 아뷰투스와 제네반트 등이 이 기술의 특허를 확보했고 화이자와 모더나가 다시 이를 활용해 mRNA 백신이 빠르게 개발될 수 있었다.
LNP는 △입자를 단단하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콜레스테롤 △음이온인 mRNA와 결합이 가능한 이온화 지질 △입자 간 응집을 막고 구조적인 안정성을 확보하는 폴리에틸렌글리콜(PEG) △LNP의 지질이중막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인지질 등으로 구성된다. 산성액에 녹인 mRNA와 에탄올에 포함된 지질 입자들을 T자나 Y자 형태의 미세소관 채널에 유체 형태로 각기 흘려주면 일정한 속도로 만나 균일한 나노입자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방은경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LNP 기술은 백신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타기팅하는 게 관건”이라며 “이온화 지질과 인지질, 콜레스테롤, PEG 등 4개의 구성요소의 균형을 맞추고 세포까지 mRNA를 전달한 뒤 빠르게 사라지게 하는 연구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LNP 특허 회피 전략 가동 필요성 커져
최근 백신 예방접종이 1500만 명을 돌파했지만 델타 변이바이러스(인도 변이)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전 세계는 물론 국내에서도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 영국은 신규 확진자의 90%가 델타 변이로 알려졌고 국내에서도 190명으로 불어났다.
백신 접종이 변이바이러스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변이바이러스에 가장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백신은 mRNA 백신이다. 변이바이러스의 유전체 서열만 확보된다면 빠르게 mRNA 물질을 설계·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발 시간은 물론 비용도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가 mRNA 백신 자체 개발을 지원하려는 이유다.
mRNA 백신을 자체 개발하려면 결국 LNP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 방 선임연구원은 “해외에 비해 늦어졌지만 ‘빠른 추격자(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 따라가기 위해선 LNP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LNP의 주요 구성요소인 인지질과 콜레스테롤, PeG의 새로운 구조를 연구개발·적용하기 위한 특허 회피 전략도 필요하다. 방 선임연구원은 “구성물질의 구조를 분석하면 특허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수백 건의 특허를 분석하고 특허 회피를 할 수 있는 특허 분석 연구가 필요하며 특허청 등 정부의 지원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