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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던 채무소송 지연이자…대법서 5%로 깎은 이유는?

입력 | 2021-06-25 06:14:00

철거 중 스프링클러 오작동…옆가게 피해
피해가게 주인에게 약 412만원 손해배상
法 "손해액 더 커…지연 이자 연 5% 적용"




채무자가 채권자를 상대로 ‘이미 돈을 갚아 더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제기한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일부 채무가 확인돼도 채권자가 지급 이행 명령을 요구하는 소송(이행소송)을 제기하지 않았으면 지연 이자에 대한 불이익을 가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5일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원고 A씨가 피고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깨고 A씨가 B씨에게 1108만3010원을 지급하되 지연 이자에 대해서는 연 5%의 이율을 적용하라고 파기자판했다.

파기자판은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스스로 다시 재판하는 것을 뜻한다. 원심은 A씨에게 소송촉진법에 따라 연 15%를 적용하라고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서울 관악구의 한 건물에서 개업을 준비하던 사람으로 작업자 C씨에게 내부의 기존 시설물 철거 등 공사를 맡겼다. 철거 공사 도중 C씨의 직원이 천정에 설치된 스프링클러를 손상시키면서 장치가 오작동해 옆에 위치한 B씨의 가게 내부에 물이 뿌려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B씨는 카메라 4대와 소파 등 집기가 물에 젖는 손해를 입었고 A씨는 B씨에게 ‘사고 피해 관련 일체 민·형사적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해줬다. 이후 A씨는 B씨에게 손해배상금으로 360만원을 지급한 뒤 B씨의 요구로 본인의 신용카드를 교부했다. B씨는 이 카드로 52만6690원을 사용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B씨에게 손해배상금과 카드 사용비를 포함해 412만6690원을 배상했기 때문에 이 사건 사고로 인한 피해는 모두 배상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B씨는 손해가 전부 배상되지 않았다며 A씨의 손해배상 채무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1심은 A씨에게 손해배상 채무가 남아있지 않다는 판결을 내렸다.

1심은 “사고로 인해 입은 손해가 이미 배상받은 금액을 넘어선다는 점을 입증할 책임은 B씨에게 있다”며 “그러나 B씨가 입은 손해가 이미 A씨로부터 배상받은 범위를 초과한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후 진행된 항소심에서 2심은 A씨가 B씨에게 지급해야할 배상금은 1108만3010원으로 손해배상 채무가 아직 남아있다고 선고했다. 2심은 소송촉진법 제3조에 따라 2심 선고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지연 이자에 연 15%의 비율을 적용했다.

2심은 “B씨의 카메라 4대 중 3대는 일부 부품이 단종돼 수리가 불가능하고 중고가격은 합계가 1080만원인 사실인 점 등이 인정된다”며 “이미 지급한 412만6690원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전했다.

대법원은 A씨의 배상 책임은 인정했지만 소송촉진법 제3조에 따른 지연 이자 비율 15%는 적용할 수 없다며 연 5%의 비율을 적용하라고 선고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소송촉진법 제3조는 이유 없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채무자에게 지연 이자에 관해 불이익을 가함으로써 소송의 불필요한 지연 등을 막는 것이 주요 취지”라며 “이 사건 소송은 A씨가 B씨에 대한 손해배상 채무의 부존재 확인을 구한 것이고 이에 대해 B씨가 반소를 제기하는 등 그 채무에 대한 이행소송을 제기한 바 없으므로 소송촉진법 제3조의 법정 이율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