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내 두 번 인상 가능성 열어 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연내 적절한 시점부터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정상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기존 전망보다 앞당겨 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준금리 인상이 한 차례에 끝나기 보다는 빠르면 8월 첫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등 임기 내 두 차례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 뒀다고 보는 시각도 힘을 얻고 있다.
25일 대다수 전문가들은 한은이 오는 7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매파적 소수 의견을 피력한 뒤 8월이나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빨라도 10월에나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본 것에 비해 시계가 앞당겨 진 것이다. 한은은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내리고 같은해 5월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로 낮춘 뒤 지난달까지 모두 8차례 연속 같은 수준을 지속했다.
이 총재는 전날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의 통화정책, 금리 수준, 완화 정도는 실물경제에 비해서 비춰 볼 때 상당히 완화적”이라며 “연내 늦지 않은 시점에 현재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질서있게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직접적으로 ‘연내’라고 못 박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27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정상화는 너무 서둘러서는 안되겠지만 지연 됐을 때의 부작용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며 연내 인상을 첫 시사한 뒤 한 달 만이다.
이 총재가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배경에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가 자리하고 있다. 올 1분기 말 가계부채는 1년 전보다 153조6000억(9.5%)나 급증한 1765조원으로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은은 사상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로 가계부채가 늘고,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급등하면서 금융불균형 현상이 누적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총재가 ‘연내’를 못 박은 것과 관련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종전 시장 전망보다 더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또 이 총재가 임기 내 두 차례 인상도 염두 해 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총재의 임기인 내년 3월 31일까지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금통위 회의는 올해 7월 15일, 8월 26일, 10월 12일, 11월 25일 모두 4차례 남아있다. 내년에는 1월 15일, 2월 25일 두 차례다. 금통위원 7명은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8차례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금융권에서는 내년 3월에는 대통령 선거(3월 9일)와 이 총재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1월이 사실상 이 총재 임기 내 마지막 금리 인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연내 한 차례 금리 인상은 이미 기정 사실화 됐고, 시장 관심이 두번째 금리 인상 시점이 언제느냐 에 대한 것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금리스와프(IRS) 커브에 반영된 선도금리는 향후 1년 내 4차례까지 금리를 올릴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한 두차례 인상해도 완화적이라고 한 것은 결국 금리를 연내 두번 인상을 할 수 도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둔 것으로 보인다”며 “7월과 8월 금통위에서 두명 정도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소수의견이 나온 후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고, 내년 1월 한 차례 더 올릴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 연구위원은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고 특히 한 두차례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완화라고 한 것은 임기 중 한번 더 인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전망 수정이 발표되는 8월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나온 후 10월이나 11월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시장 한 관계자는 “7월 금통위에서 조윤제 위원이나 임지원 위원이 금리인상 소수의견을 낼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7월 소수의견이 두명 이상 나올 경우 8월 금리인상은 당연한 수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리를 한 번 인상하고 끝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향후 물가나 경기 상황을 고려해 봐야 겠지만 이렇게 되면 연내 두 차례 인상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7월 금통위에서 금리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고, 8월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예전보다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며 “8월 인상 후 10월이나 11월에 한 차례 더 인상해 연내 두 차례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임기 내 두번 인상 가능성도 열어 뒀다고 보지만 미국과 우리나라와 기준금리 기조가 비슷한 다른 나라들도 금리인상에 나서지 않고 있는 등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부채증가, 자산가격 상승에 대한 경고를 명확히 주고 이 총재가 본인 임기 내 최소 한번 정도는 금리인상을 하겠다는 의지를 정확히 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