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대표 탄생은 ‘변화’ 원하는 민심
대선까지 258일, 與野 절박함의 경쟁

길진균 정치부장
“언제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을 확신했나.”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에게 물었다. 그는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이전, 그보다 꽤 오래전에 당선을 확신했다”고 답했다. 예상 밖이었다. 2017년 5월 치러진 19대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풍(風) 속에서 다자구도로 치러졌다. 더불어민주당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되긴 했지만 2016년 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전까진 판세가 크게 달랐다. 2016년 상반기까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10%대 중후반으로 20∼30%를 유지하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물론이고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에게도 뒤지곤 했다. 문 대통령의 집권 가능성에 대해 정치 전문가들은 “글쎄”라는 회의적 반응을 내놓던 시기였다.
이에 대해 양 전 원장은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민심을 돌이키기 어렵겠구나 판단했다. 야권으로서는 대안이 문 대통령밖에 없기 때문에 준비만 잘하면 집권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등 돌린 민심, 준비된 당과 후보 두 가지를 정권교체의 메커니즘으로 본 것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설명은 더 직설적이다. “여당이 잘하면 야당은 영원히 기회가 없어요. 여당의 실패를 먹고사는 게 야당 아니에요? 그렇지만 야당이 여당의 실패를 받아먹을 수 있을 정도의 변화가 있어야죠.” 김 전 위원장이 토론회나 인터뷰 등에서 여러 차례 한 얘기다. 민심 이반이 필요조건이지만 이를 받아먹을 수 있는 준비, 즉 변화를 통한 새 정권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줘야 집권의 길이 열린다는 뜻이다.
첫 번째 키워드인 민심 이반에 대한 판단은 사람마다 다르다. 민주당 A 의원은 “임기 말 대통령의 지지율이 40% 안팎에 이른다. 민심 이반이나 레임덕은 야당의 희망사항”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부동산 대책 등 정책 실패에 대한 불만, 여권 인사들의 내로남불과 오만에 대한 분노,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경제난. 이 같은 여론이 쌓이면서 여권에 등 돌리는 민심이 위험수위라는 것은 민주당도 인정하고 있다.
야당은 여기에 36세 ‘0선’ 당 대표를 탄생시켰다. 불과 1년 전 총선 패배에도 ‘영남 패권’을 고수했던 국민의힘 당원들이 확 변한 것이다. 정권교체에 대한 절박감이 반영됐다고 본다.
야권에 남은 마지막 퍼즐 조각은 준비된 후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비롯해 최재형 감사원장 등 야권 후보군은 더욱 풍성해지고 있다.
길진균 정치부장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