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상쇄’ 맹점 짚은 ‘지속가능한…’ 생활 행동수칙 알려주는 ‘리페어…’ 기후위기는 허상이라는 ‘지구를…’
최근 출판계에서는 기후 위기 원인과 해법을 다룬 다양한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환경 관련 책이라고 해서 다 같은 논지를 펼치지는 않는다는 것. 같은 목표를 두고도 다른 방식을 제시하기도 하고, 기후 위기 자체를 부정하는 시각도 있다.
기후 위기 문제에서 자주 나오는 개념 중 하나가 ‘탄소중립’이다. 이산화탄소를 아예 배출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대신 배출한 만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들자는 개념이다. 이를테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적절한 용매를 이용해 포집하는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에 투자해 기술 상용화를 앞당기는 식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기업인들은 이 개념을 앞장서서 지지하고 있다. 그는 올해 초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에 1억 달러(약 1118억 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 논리에 따르면 탄소 상쇄를 통해 순제로를 달성하자는 주장은 합리적인 것 같다. 하지만 반대 주장도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아직까지는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얘기”라는 주장이다. 10여 년간 직접 지속가능한 여행을 하며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고 여행하는 법을 탐구 중인 미국 여행 칼럼니스트 홀리 터펜은 “‘탄소 상쇄론’은 당장 직접 행동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배출된 탄소를 처리하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여겨질 뿐”이라고 지적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지점은 ‘탄소 상쇄’라는 개념이 사람들로 하여금 당장 습관을 바꾸지 못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죄책감만 덜어주는 식이다.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은 비행기 26만50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세 번째 활주로를 건설하면서 대외적으로는 203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할 계획이라고 광고하고 있다. 탄소 상쇄라는 이론을 실현하기 위해서 그는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탄소 순제로화에 나서고 있는지 면밀한 감시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환경을 위해 당장 오늘부터 시작할 수 있는 행동 수칙을 알려주는 책도 있다. 독일 물리학자 볼프강 헤클은 저서 ‘리페어 컬처’(양철북)에서 물건을 고쳐 쓰는 습관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물건이 고장 나면 새 것을 사 버리는 요즈음의 게으른 소비자에서 환경을 생각하는 현명한 사용자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고장 난 변기를 살펴보며 물이 내려가는 원리를 알아내고, 벼룩시장에서 만난 한 장인에게 자전거 엔진 수리법을 배운다. 이미 단종돼 제조업체에도 부품이 남아 있지 않은 물건도 물어물어 부품을 구해 갈아 끼운다. 이 같은 행위는 단순히 폐기물 쓰레기산을 줄이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수리하고 수선하는 행위가 개개인에게 주는 정서적인 풍만함이 있고 그것을 통해 우리가 놓치고 있던 수많은 가치들을 회복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런가 하면 기후 위기 문제 자체가 허상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 환경 연구소인 브레이크스루의 설립자 마이클 셸런버거는 저서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부키)에서 기술발전과 플라스틱, 석유가 오히려 환경을 지키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에 따르면 바다거북과 코끼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최악의 쓰레기로 지탄받는 플라스틱이다. 예전엔 공산품들의 원료로 거북 껍데기나 상아가 많이 쓰였지만 플라스틱이 발명된 이후 이를 대체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친환경적 발전 방식이라는 풍력 발전은 도리어 박쥐와 대형 조류, 곤충 등의 생태계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천연 소재를 사용하자는 환경주의자들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자연을 지키려면 인공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