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사냥꾼/네이선 라브 외 1명 지음·/김병화 옮김/364쪽·1만8000원·에포크
역사 인물의 알려지지 않은 면모와 사실들은 종종 해묵은 서류 꾸러미 속에서 발견돼 전 세계 뉴스 매체에 소개된다. 에포크 제공
경매는 6000달러에서 시작됐다. 아무도 문서의 가치를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얼굴을 보이지 않은 전화 입찰자가 높은 가격을 부르기 시작했다. 가격은 4만, 5만 달러를 넘어섰고 사람들은 웅성대기 시작했다. 저자는 문서를 손에 넣었을까.
몇 g에 불과한 옛 문서에는 세상을 바꾼 순간뿐 아니라 유명인의 작업 스타일, 성품까지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고문헌 수집에는 상징과 의미에 대한 깊고 심오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 이해가 ‘진품 명품’을 찾아내는 열쇠라며 저자는 풍부한 사례를 소개한다.
샤를 드 스퇴방의 유화 ‘나폴레옹의 죽음’(1828년)과 나폴레옹의 죽음을 프랑스 정부에 소상히 보고한 문서. 에포크 제공
문서 출처가 신뢰할 만한지도 중요하다. 유명인의 직계 후손이 조상의 문서를 공개한다면 신뢰도가 높아진다. 하지만 믿을 만한 곳에서 나오는 가품(假品)도 있다. 미국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이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미국 대통령들은 자동 서명 기계를 사용했다. 2개 이상 문서의 서명이 완전히 같다면 기계로 한 서명이다. 비서가 대신 서명하게 한 대통령도 있었다.
문서 수집은 위조 전문가와의 싸움이기도 하다. 전설적인 위조가 조지프 코우지나 로버트스프링이 남긴 가짜 문서는 지금도 여러 수집가의 손에 모셔져 있다. 위조가도 고유의 스타일이 있다. 코우지는 끝까지 링컨의 서명을 제대로 흉내 내지 못했다. 한두 세기 전 옛 종이는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여기 새 잉크로 글을 쓰면 조금씩 흘러내리는 것처럼 보여 가짜 문서를 구분할 수 있다.
때로는 위협도 감수해야 한다. 저자는 존 F 케네디 암살 직후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오간 대화를 담은 녹음테이프를 입수했다. 약 40분 분량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 들어 있었다. 미 국립기록보관소가 이걸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법률자문가는 ‘정부 압력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다행히 저자가 입수한 테이프는 똑같은 내용이 담긴 두 개였고, 문제는 만족스럽게 해결됐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