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법정 선 조국 딸 “고교-대학시절 부정당해” 증언 거부

입력 | 2021-06-26 03:00:00

조국-정경심 재판에 증인 출석
발언기회 얻어 거부 사유 밝혀… “시도때도 없이 공격받아” 울먹
檢 “아들도 거부예상” 증인 철회… 서울대 한인섭원장도 증언 거부



자녀 입시비리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5일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저는 당시 다른 학생들처럼 학교와 사회, 가족이 마련해준 프로그램에 참석해 저 나름대로 열심히 활동했을 뿐입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모 씨는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부장판사 마성영) 심리로 열린 조 전 장관과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조 씨는 “재작년부터 시작된 검찰의 수사를 받으면서 저와 제 가족은 시도 때도 없이 공격을 받아 왔다. 고교와 대학 시절이 다 파헤쳐졌고, 부정당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부모님이 기소된 법정에서 딸인 제가 증언을 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적절치 않다”며 모든 증언을 거부했다.

부모의 재판에 처음 증인으로 나온 조 씨는 이날 비공개 통로를 통해 법정에 나왔다. 검은색 정장을 입고 증언대에 선 조 씨는 “증언을 거부하고자 하는데 거부 사유를 밝히는 것이 나을 것 같다”며 재판부로부터 발언 기회를 얻었다.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르면 자신의 친족이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을 때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 조 전 장관도 지난해 9월 정 교수의 재판에 나와 검사의 300여 차례 신문에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르겠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조 씨는 “검찰 조사에서 충분히 해명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증언하지 않겠다”면서 “오랜만에 (구속된) 어머니(정 교수) 얼굴을 여기서 보는 건데 많이 고통스럽다”고 말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피고인석에서 딸을 지켜보던 정 교수도 눈물을 흘렸고, 조 전 장관은 천장을 바라봤다. 조 씨는 또 “저와 제 가족이 사는, 일하는 곳에서 여러 일을 당해야 했다”면서 “재판에 유리한 정보를 줄 수 있는 친구들도 연락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조 씨가 증언을 거부하자 재판부는 “증인이 모든 신문 사항에 대해 증언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혔는데도 일일이 묻는 것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조 씨에 대한 증인 신문을 하지 않았고, 재판은 40여 분 만에 마무리됐다.

조 전 장관은 딸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와 부산 아쿠아펠리스 호텔 인턴확인서 등 7가지 허위 경력을 기재해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등에 부정 지원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정 교수 및 조 씨와 공모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아들도 증언을 거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조 전 장관의 아들 조모 씨에 대한 증인 신청은 철회했다. 다만 검찰은 “변호인 측은 피고인의 자녀들을 부르는 게 망신 주기라지만 명백히 사실이 아니며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장 재직 당시 조 전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활동 증명서를 발급한 혐의로 고발된 한인섭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장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한 원장은 “현재 피의자 상태이기 때문에 ‘눈치 보기 증인’이 될 수밖에 없다. 기소될 수 있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있다”며 증언을 거부했다. 한 원장은 고발 사건으로 2년 전 피의자 신문 조사를 받았는데 검찰이 무혐의 종결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