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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 찾은 이준석 “노무현 폄훼, 내가 제지하겠다 ”

입력 | 2021-06-26 03:00:00

취임후 첫 영남지역 방문, 진보 진영까지 포용 나서
황교안과 만찬뒤 화투게임 빗대
“대선주자 10광까지 가게 생겼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앞줄 가운데)와 정미경 최고위원(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하태경 의원(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이 25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김해=뉴스1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5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만나 “노 전 대통령이 세우려 했던 가치인 소탈함이나 국민 소통 등을 우리 당에 편입시켜 발전시켜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호남 방문에 이어 봉하마을을 찾은 것을 두고 중도층은 물론이고 진보층까지 포용하겠다는 외연 확장 전략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40여 분 동안 권 여사를 만나 “정치적 이유로 노 전 대통령에 대해 공격하는 경우는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 정당 간의 대립 속에서 예를 다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겸허하게 반성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권 여사를 예방한 뒤 “권 여사께 ‘혹시라도 선거가 임박하면 그런 부분(폄훼)이 나올 수 있는데, 그러면 대표로서 제지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방명록에 “국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 계시고자 했던 대통령님, 그 소탈하심과 솔직하심을 추억하고 기립니다”라고 썼다. 이 대표가 취임 후 영남권을 찾은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이날 권 여사와의 만남에서 이 대표는 노 전 대통령 시절 국비 장학생으로 선발됐던 장학증서 사진을 태블릿PC에 담아 보여주기도 했다. 권 여사는 이 대표에게 “젊은 정치인이니 잘하시라”고 덕담을 건네고, ‘우리가 노무현에게 떠올리는 말’이라는 책을 선물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취임 첫날 광주를 찾은 데 이어 연일 ‘통합’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저녁에는 당내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와 저녁식사를 했다. 다음 주에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중진 의원들과 잇따라 만나 대선 체제 구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대표는 황 전 대표와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 대선 구도를 화투게임 고스톱에 빗대 “당원을 많이 모으고 당세를 늘리는 건 피로 (점수를 내러) 가는 것”이라며 “대선 주자를 많이 모으는 건 광으로 가는 건데 5광이 아니라 10광까지 가게 생겼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당 바깥에 있는 대선 주자뿐만 아니라 당내 주자까지 모두 합해 10명에 육박한다는 뜻이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