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시설 갖추고 원료 개발 10년새 지역 대표산업 도약 화장품지식산업센터 건립도
화장품에 들어가는 원료를 생산하는 수이케이 직원들이 지리산 자락에서 자란 어성초의 건조 상태와 품질을 확인하고 있다. 남원시 제공
전북 남원시 하면 떠올리는 게 ‘성춘향’, ‘추어탕’, ‘지리산’, ‘국악’ 등이다. 남원을 상징하는 이 단어들은 남원의 기반산업이 그만큼 단조로웠다는 것을 보여준다. 관광산업 외에 지역을 대표할 산업이 없었던 탓에 관광객이 몰려오면 흥했고 발길이 끊기면 발전이 더뎠다.
10년 전부터 남원을 바꾸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화장품을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정한 것이다. 처음에는 뷰티산업에 대해 헛웃음을 짓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남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화장품 산업을 육성하는 자치단체가 됐고 그 희망을 봤다.
남원시는 2011년 노암동 ‘노암산업단지’에 집적화 단지를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화장품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지역을 넘어 국내를 대표하는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화장품산업 진흥 조례’도 만들었다.
2019년 지리산의 자원식물을 이용한 친환경 화장품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천연물 화장품 원료시설도 완비했다. 화장품 산업 중심지로서 입지를 굳혀가자 기업 유치도 탄력을 받았다.
2013년 한 곳에 불과했던 관련 기업이 지난해 말 기준 25곳으로 늘었다. 고용 인원도 195명으로 급증했다. 5억 원 남짓하던 매출액은 291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남원을 대표하는 산업으로 자리를 잡는 데 10년이 걸렸다.
지리적 여건을 활용한 산업 활성화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남원시화장품지원센터는 국내 유명 화장품기업, 원료 전문기업과 함께 지리산권에 자생하는 1400여 종의 식물을 원료로 쓰기 위해 연구개발에 나섰다.
이환주 남원시장이 화장품 제조업체 코빅스의 공장을 찾아 관계자로부터 화장품에 들어갈 원료의 숙성 과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남원시는 현재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기능성 원료 연구 개발과 원료 재배, 원료 제조 등 원료산업 기반을 바탕으로 화장품 산업을 더 키울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화장품 분야 지식산업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268억 원이 투입되는 화장품지식산업센터는 남원시 노암산업단지에 연면적 1만564m² 규모의 임대형 아파트공장 형태로 지어진다. 2022년 6월 준공되는 지식산업센터에는 36개 제조공장과 스타트업 기업이 입주한다. 책임 판매업, 용기업체, 원료업체 등 관련 업종이 한 곳에 모여 남원의 화장품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환주 남원시장은 “인프라 조성 및 친환경 원료 개발 등 남원 화장품산업 부흥을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며 “화장품 산업이 곧 남원의 성장인 만큼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연구개발과 기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