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이탈리아·영국 파트너 업고 경항모 사업 2파전
6월 9~12일 부산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최대 이슈는 한국형 경항공모함(CVX) 사업이다. 건조비용 2조3000억 원의 매머드급 사업으로, 단일 함정 건조로는 한국군 사상 최대 규모다. 사업 수주를 놓고 국내 굴지 조선사인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이 격돌하고 있으며, 현대중공업이 CVX 사업 개념설계 사업자로 선정돼 관련 연구를 진행한다. 기본설계와 상세설계, 건조 계약을 둘러싼 경쟁은 현재진행형이므로 양사 모두 기술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해외 유력 조선소까지 파트너로 섭외하는 등 그야말로 총력전 태세다.
해외 유력 조선소 파트너 섭외 ‘총력전’
6월 9~12일 제12회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대우조선해양 공개한 한국형 경항공모함(CVX) 모형. 동아DB
대우조선해양 CVX 설계안은 1월 해군이 공개한 실물 모형과 유사하다. 이탈리아 트리에스테급의 영향을 많이 받은 모습이다. 길이 263m, 비행갑판 폭 46.6m 크기에 배수량 4만5000t급으로 프랑스 중형 항모 샤를 드골보다 훨씬 큰 덩치를 자랑한다. 대우조선해양 설계안의 핵심은 우수한 ‘소티 생성률(Sortie generation rate)’이다. 소티 생성률은 일정 시간 내 전투기가 얼마나 많이 이륙하느냐를 나타낸 지표다. 항모 전투력을 가늠하는 척도 중 하나다. 핀칸티에리는 최근 미 해군으로부터 F-35B 운용 자격 인증을 받으며 F-35B 경항모 운용 데이터를 착실히 축적하고 있다. 그 덕에 대우조선해양은 최상의 소티 생성률을 낼 설계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소티 생성률 vs 파격 외형
6월 9~12일 제12회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서 현대중공업이 공개한 한국형 경항공모함(CVX) 모형. 동아DB
수직 이착륙기 탑재형 경항모는 ‘먹잇감’
항공모함 사출기(catapult)는 군용기 이륙을 보조하는 주요 설비다. 사진 제공 · 미 해군
그런 점에서 영국 행보에 주목해야 한다. 퀸엘리자베스급 항모는 내년쯤 대대적으로 개조 공사가 이뤄질 계획이다. 최대 25t급 항공기를 쏘아 올릴 사출기를 장착하기 위한 것이다. 연료와 탄약을 만재한 F-35C는 어렵지만 고정익 조기경보기, 즉 E-2D(최대 이륙 중량 23.4t)나 무인 항공기를 쏘아 올리기에는 충분한 출력이다. 밥콕이 퀸엘리자베스급에 사출기를 적용한 개조 설계를 완성한 이후 현대중공업도 관련 기술을 제공받아 사출기 출력을 키우면 어떨까. 그러면 한국형 CVX는 작전 능력이 부족한 F-35B 탑재 STOVL 항모가 아닌, 5만t급 덩치에 맞게 F-35C 운용 능력을 가진 정규 CATOBAR(Catapult Assisted Take Off But Arrested Recovery) 항모가 될 수도 있다.
CVX를 CATOBAR 방식으로 건조하면 2030년대 양산될 KF-21의 함재형 개발도 검토해볼 만하다. 함재기 선택 폭이 훨씬 늘어나는 것이다. 영국 퀸엘리자베스 개량을 절호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천문학적 세금이 들어가는 항모 도입 사업에 효율성 낮은 F-35B 탑재 STOVL 경항모를 계속 고집할 이유가 있을까.
*포털에서 ‘투벤저스’를 검색해 포스트를 팔로잉하시면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95호에 실렸습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