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우리가 더 센 조치를 내리면 더불어민주당도 권익위 조사로 퉁을 쳐서는 안 될 것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인터뷰에서 원내 지도부가 소속 의원 전원의 부동산 전수조사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의뢰한 것과 관련해 “검찰에 맡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면서 날린 일성이다. 이에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권익위에 부동산 전수조사 자료 제출을 미루며 시간을 끌고 있다고 역공한다. 결과는 지켜봐야겠지만 제발 퉁칠 만한 것끼리 퉁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장 속 ‘퉁치다’의 뜻을 모르는 이는 없을 줄 안다. ‘서로 주고받을 물건이나 일 따위를 비겨 없애다’ ‘맞바꾸다’는 의미다. 친한 사이에서는 ‘우리 이걸로 퉁치는 게 어때?’라며 사소한 것까지도 심심찮게 퉁친다. 한데 이 말, 사전에 올라있지 않다. 입말로는 자리 잡았지만 속어(俗語) 냄새를 짙게 풍겨서일 것이다.
에우다라는 이 말, 내겐 너무나 귀에 익은 낱말이다. 식사할 때 어머니께 차린 게 없다고 할라치면 “고마 됐다. 대충 먹고 한 끼 에우면 된다”고 하신다. 이때의 에우다는 물론 퉁치다와는 관계없다. 뜻인즉슨 ‘다른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다’이다.
‘엇셈하다’, ‘삭치다’도 퉁치다와 비슷한 뜻인데, 말의 세계에서 둘의 처지 역시 에끼다와 닮았다. 엇셈하다는 ‘서로 주고받을 것을 비겨 없애는 셈을 하다’, 삭치다는 ‘셈할 것을 서로 비기다’는 뜻이다.
또 있다. 엇셈하다의 뜻풀이를 보면 ‘회감(會減)하다’, ‘획감(劃減)하다’도 비슷한 말로 올라있다. 한데 이 낱말들 역시 어렵고 낯설어선지 사전에 박제돼 있는 느낌마저 준다.
‘사전에도 없는’ 퉁치다가 사전에 올라있는 낱말을 제치고 입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게 이를 잘 말해준다. 언중은 낯설기만 한 낱말 대신 속된 느낌은 주지만 친숙한 퉁치다를 꾸준히 입에 올리는 것이다. 이쯤이면 언중의 말 씀씀이를 헤아려 퉁치다를 복수표준어로 삼는 걸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자, 각설하고 퉁치다를 복수표준어로 삼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게 있다. 퉁칠 만한 것끼리 퉁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속임수다. 국회의원의 부동산 전수조사를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손진호 어문기자 songba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