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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54억 빚투’ 반부패비서관 경질, 망가진 靑 인사검증

입력 | 2021-06-28 00:00:00


65억 원대 상가 등 90억 원가량의 부동산을 가진 것으로 드러난 김기표 대통령반부패비서관이 어제 경질됐다. 김 비서관의 사의 표명을 문재인 대통령이 즉각 수용하는 형식이었다. 김 비서관 임명 및 3개월 만의 사퇴 과정은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이 얼마나 망가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서울 마곡동 상가 2곳을 매입했고, 경기 광주시 송정동 근린생활시설과 인근 임야도 사들였다. 자금 출처는 은행 빚이었다. 은행 1곳에서만 53억여 원을 대출받는 등 금융기관 부채가 54억 원대라고 한다. 검사 출신 변호사로 지낼 당시 이뤄진 대출이라고 하지만 일반 서민은 상상하기 어려운 액수다.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며 서민들의 주택 구입 대출은 꽁꽁 묶어 놓고는 수십억 원을 대출받아 상가 투자 등을 해온 사람을 반부패비서관 자리에 앉힌 셈이다.

사퇴 직전엔 송정동 임야 3필지 중 1필지를 재산신고 때 누락한 의혹도 제기됐다. 2필지는 도로가 연결돼 있지 않은 맹지이고 1필지는 대지로 지목이 변경됐는데, 대지로 지목이 변경된 1필지만 신고에서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사퇴와 무관하게 어떤 경위로 누락됐는지 밝혀져야 한다.

청와대는 그런데도 인사검증 실패는 아니란다. 부동산 취득 경위와 자금 조달 방식 등을 점검했으며, 투기 목적의 부동산 취득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1가구 1주택’만 충족하면 고위 공직자가 수십억 원 대출을 받아 수십억 원짜리 상가 투자를 해도 괜찮다는 건가. 신고 누락에 대해선 “청와대 검증 시스템이 알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부동산등기부등본만 봐도 알 수 있는 것들을 확인조차 하지 않고 책임을 모면하기 바쁘다.

반부패비서관은 공직자 부패를 막기 위해 현 정부에서 신설됐다. 김 비서관은 이 자리에 LH 직원 땅 투기 의혹으로 여론이 악화되던 3월 말 임명됐다. 그의 부동산 문제를 누가 어떻게 검증했는지, 대통령에겐 제대로 보고했는지 철저히 따지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게 정상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돼도 청와대 인사 라인은 늘 건재했으니 이번에도 또 조용히 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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