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재택근무 축소 움직임
광화문처럼 대기업 사무실이 밀집한 대표 업무지구인 서울 여의도 일대도 점심, 저녁 예약이 급증했다. 여의도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정모 씨(43)는 “7월 첫째 주 저녁 예약이 일찍부터 마감됐다. 대부분 6∼8인 규모”라며 “4인 제한으로 미뤄 뒀던 모임을 다시 시작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직장인이 돌아왔다… 오피스 근무 늘고, 헬스장 열고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2’도 내년에는 미국에서 오프라인으로 열린다. 삼성, LG도 참여할 예정이라 해외 출장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SK, 포스코 등도 재택근무 변경 여부를 검토하는 한편 사내 복지시설 출입 제한, 교육 제한 규정부터 조금씩 풀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는 안전 등 필수 교육만 허용했던 규정을 완화해 일반 교육도 10인 이내 규모로는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SK하이닉스 경기 이천캠퍼스의 헬스장, 탁구장 등도 다시 문을 열었다. 젊은층 직원들이 ‘노쇼’ 백신이나 얀센 백신을 접종받으면서 헬스장 이용 문의가 늘었기 때문이다. SK텔레콤 본사인 서울 중구 T타워 사내 헬스장에서도 전 분기 대비 15% 늘어난 직원들이 이용 신청을 했다. 포스코는 백신 접종 직원에게 사내 헬스장 이용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 대기업 부장급 직원은 “임원과 팀장만 덜렁 출근해 있던 사무실에 요즘 들어 젊은 사원, 대리급 출근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아직 회사 차원의 출근 지침은 변하지 않았지만 답답해서 스스로 출근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 “완전히 과거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 전망도
내달부터 재택근무가 축소되는 분위기 속에 기업들의 고민도 적지 않다. 델타 변이 등 여전히 방역 문제가 걸림돌이 될 뿐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반영한 근무 형태를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금융업계 최고경영자(CEO)는 “1년 이상 재택근무를 해보니 사무실 대면근무를 병행해야 성과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직원들을 사무실로 부를 명분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직원들이 사무실 출근에 저항할 것 같아 고민이다. 그는 “완전히 과거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접종률이 70%를 넘어선 미국 캘리포니아나 뉴욕에 있는 글로벌 기업들은 업무 효율을 위해 재택근무 비중을 낮췄다가 직원들의 반발에 부닥치기도 했다. 애플이 대표적이다. 주 3일 사무실 근무 원칙을 내세웠다가 일부 직원이 “출퇴근 제약이 없을 때가 더 일하기 좋았다”며 반발했다. 구글은 20%만 재택근무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직원들이 모여야 업무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CEO는 이달 한 콘퍼런스에서 “식당에 갈 수 있다면 사무실에도 올 수 있다”며 “이제는 사무실로 복귀할 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페이스북은 오히려 재택에 비중을 둔 근무 체계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 네이버 라인플러스, 부동산정보업체 직방도 완전 재택근무제를 지속할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들은 재택 반, 오피스 반으로 일하는 하이브리드 근무가 대세가 될 것으로 보고 사무실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자율좌석제로 바꾸고 화상회의 공간을 늘렸다.
재계 관계자는 “백신 접종으로 정상화되면서 다시 많은 직장에 사람들이 돌아왔지만 완전히 과거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이라며 “일주일에 며칠씩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방식의 근무가 주류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