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운 문화부 차장
“독자 반응이 너무 궁금한데 출판사에 일일이 물어보기가 눈치 보여서….”
최근 책을 낸 지인이 기자에게 털어놓은 말이다. 무명작가인 데다 비인기 분야를 쓴 그는 예닐곱 개 출판사로부터 퇴짜를 맞은 끝에 겨우 계약을 맺었다. 그렇다 보니 출판사로부터 판매량을 보고받기는커녕 강매를 요구당하지 않는 것만 해도 감사할 일이라고 했다. 그는 “공교롭게 유명 작가들의 인세 누락 사건이 연이어 터져 내 책이 얼마나 팔리는지 출판사에 물어보기가 더 민망해졌다”고 말했다.
최근 장강명 작가에 이어 베스트셀러 ‘90년생이 온다’를 쓴 임홍택 작가도 출판사의 인세 누락 논란이 불거졌다. 유명 작가들의 인세마저 출판사들이 제때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출판계 약자인 무명작가들의 인세 누락은 더 심각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동아일보 출판팀 취재 결과 일부 출판사 사장은 저자와의 접점이랄 수 있는 편집자들에게조차 신간 판매량을 알려주지 않고 있었다. 이에 따라 불투명한 출판유통 구조를 개선하려면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판매량을 집계하는 정부의 ‘출판유통통합전산망’(통전망)에 출판계가 동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통전망은 잘만 활용하면 출판시장 침체를 타개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2017년 닐슨 조사에 따르면 저자, 제목, 주제 등 서지정보를 담은 메타데이터를 제대로 갖췄을 경우 그렇지 않았을 때에 비해 판매량이 3배로 급증했다. 독자들이 수많은 신간 중 자신이 원하는 책을 손쉽게 발견할 수 있어야 구입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출협은 통전망 운영 주체를 정부가 아닌 출판계가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워 그동안 통전망 참여에 부정적이었다. 출판계가 전산망을 직접 운영하는 유럽, 캐나다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는 것. 그러나 출판사, 서점들의 회비로 전산망이 운영되는 독일 등과 달리 2018년부터 45억 원의 국가예산이 투입된 통전망에서 정부가 손을 떼야 한다는 데 공감할 국민은 많지 않다. 더구나 출판계 일각에서 작가들에 대한 인세 누락이 이어지는 마당에 출판계에 통전망 운영을 맡기는 건 부적절하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도 통전망 준비가 미흡하다는 출판계 지적을 간과해선 안 된다. 실제로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올 9월 통전망 가동을 앞두고 사업설명회를 열었지만 제대로 된 시연을 보여주지 못했다. 출판계는 “3년간 거액을 들여 개발한 결과가 고작 이거냐”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와 출판계가 그간의 불신을 털어내고 독자와 작가를 중심에 놓는 기본에 충실하기를 바란다.
김상운 문화부 차장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