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탐사매체, 동영상 3000개 분석 폼페이오 “中, 신장학살” 발언 이후 SNS에 유사한 영상 잇달아 게재 사람은 다른데 같은 표현 계속 나와… 등장인물 “지역당국이 영상 제작” 국제사회 인권지적에 조직적 유포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미 탐사보도 전문매체 프로퍼블리카가 분석한 위구르인이 등장하는 동영상의 장면들. 자막, 대사 등 유사한 형태의 동영상 여러 건이 비슷한 시간대에 나타나 중국이 서방의 신장위구르 탄압 의혹을 반박하기 위해 해당 영상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 웹사이트 캡처
신장 지역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의 인권을 탄압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는 중국이 반박 동영상 수천 개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조직적으로 유포한 것으로 밝혀졌다. 평범한 위구르족이 자발적으로 촬영한 것처럼 보이는 이들 동영상이 사실은 중국 당국이 개입해 제작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중국이 세계 여론 조작에 나섰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탐사보도 매체 프로퍼블리카는 올해 1월 23일∼5월 31일 트위터와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 게시된 동영상 3000여 개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최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동영상은 올해 1월 19일 “중국이 신장 무슬림을 대량학살했다”는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국 국무장관의 비판 이후 줄줄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내용은 한결같았다. 여러 직업과 이력을 가진 동영상 속 위구르인들은 한결같이 신장에서의 삶이 행복하고 풍요로우며, 억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문제를 제기하는 외국 정부 등을 규탄하기도 했다.
그러나 분석 결과 동영상에는 누군가가 특정 표현을 유도하지 않았다면 설명이 어려울 정도로 비슷한 표현이 되풀이됐다. 폼페이오 전 장관을 비난하는 동영상 2000여 개 중 280여 개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뜻의 ‘투성투장(土生土長)’이란 말이 등장했다. 수많은 화자가 신장 토착민으로 실정을 잘 알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동일한 표현을 쓴 것이다. ‘순 헛소리’라는 뜻의 ‘후숴바다오(胡說八道)’와 유사한 표현은 동영상 600개 이상에서 나왔다. 관련 동영상에서 “폼페이오, 닥쳐”라고 말한 신장 지역 중고차 판매점 사장과 통화한 결과 선전업무를 담당하는 지역 당국이 이 동영상을 제작했다고 털어놨다.
동영상을 공유한 모든 계정은 최근 몇 달 사이 새로 만들어졌고, 계정 다수는 팔로하는 다른 계정이 전혀 없었다. 계정들 가운데 4분의 3은 아이디가 ‘%%%’처럼 별 뜻이 없는 임의의 문자열로 끝났다. 트위터도 이상한 점을 감지하고 올 3, 4월 위구르인들의 동영상을 올린 다수 계정을 정지시켰다. NYT는 “서구의 정치 메시지를 퍼뜨리는 데 사용될 수 있다며 트위터 유튜브의 자국 내 사용을 금지한 중국 정부가 정작 이를 초고속 글로벌 선전선동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