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호 농부·‘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 저자
―김종철 ‘근대 문명에서 생태 문명으로’ 중
늦은 추위와 이른 더위가 오락가락하더니, 우기 같은 장마가 시작됐다. 습도가 오르니, 짜증지수도 올라간다. 짜증은 의외의 곳에서 절정에 달한다. 바로 집이다. 도시에서는 층간소음이 문제라면 농촌에는 축산 악취가 문제다. 층간소음이 아파트의 구조적 문제이듯, 축산 악취도 축산업의 구조적 문제다. 동물이 콩나물시루처럼 빽빽이 살아가는 공장식 축사에서 악취가 나지 않을 수 없다. 모두 값싼 고기를 위해서다. 익숙해질 만도 한데 이 피할 길 없는 악취로 삶의 질이 너무 떨어진다.
불행히도 문제는 더 있다. 잦아진 태풍, 길어진 장마, 폭염 등 예측 불가능한 기후로 식량 안보가 불안해졌다. 부족하면 수입해 오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세계 상황도 녹록지 않다. 식량난으로 인한 분쟁이 늘어나고 있고, 기후 난민이 분쟁 난민의 숫자를 넘어섰다. 기후변화는 층간소음 정도가 아니라 ‘집이 불타고’ 있는 것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전 세계 온실가스의 17%는 축산업에서 발생한다고 발표했다. 육식이 문제가 아니라 ‘과도한’ 육식이 문제다. 과도한 육식이 가능한 것은 공장식 축산 덕분이다. ‘거룩한 것’에 대한 감각을 되찾지 않는 이상 우리는 지구의 불을 끄지 못할 것이다.
이동호 농부·‘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