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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과 富 모두 버리고 출가?… 더 좋은 것을 선택했을뿐”

입력 | 2021-06-28 03:00:00

책 ‘…빈손으로 오다’ 펴낸 현안 스님… 韓서 미생물-경영학 전공하고
美로 떠나 화장품 사업 성공에도 스트레스와 불면증에 시달려
中 선종 뿌리 둔 사찰서 출가… 참선교실 운영하다 다시 韓으로
“긍정적인 변화 필요한 분들에게 참선 통해 도움 주고 싶어요”



미국에서 성공한 여성 사업가로 일하다 출가해 귀국한 현안 스님. “무엇을 버린 게 아니라 더 좋은 것을 찾았다”는 게 스님의 말이다. 현안 스님 제공


최근 출간된 ‘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어의운하)는 여러 궁금증을 자아내는 책이었다. 저자는 미국에서 성공한 여성 사업가 출신의 현안 스님(40)이다. 한국에서 미생물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스님은 27세 때인 2008년 미국으로 떠났다. 영어 이름 ‘샤나 한’으로 활동한 그는 2010년경 기능성 화장품과 미용의료기기 등을 판매하는 업체를 차려 연간 매출 약 25억 원을 기록할 정도로 성공했다.

미국에서 참선에 심취해 ‘공원에서의 참선’ 모임을 이끌던 그는 2019년 미 캘리포니아주 위산사에서 영화 스님(66)을 은사로 출가했다. 위산사는 중국 선종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미국의 대승불교’로 알려진 위앙종의 한 사찰이다. 미국에서 출가한 뒤 한국으로 돌아온 현안 스님을 23일 충북 청주시 보산사(寶山寺)에서 만났다.

―책 제목은 무슨 의미인가.


“겉으로 볼 때는 미국에서 돈과 원하는 것, 즉 세속에서 말하는 보물을 찾았는데 출가했으니 빈손으로 돌아온 거겠지? 이곳 이름이 보산사라는 점도 있고. 빈손인 듯 보이지만 마음속에는 세상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더 큰 보물을 갖고 있다는 역설적인 제목이다.”

―그간 어떤 일을 했나.

“한국에서 안정된 직장에서 일했지만 공허함을 느껴 미국으로 떠났다. 어학연수 경험도 있고 영어가 가능해 미국을 선택했다. 사업은 연간 매출 25억 원 정도였으니 엄청난 규모는 아니지만 괜찮은 집과 좋은 차를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작은 성공이었다.”

―성공한 사업가가 왜 출가를 결심했나.

“일에 매달리다 매주 금요일이면 좋아하는 살사를 마음껏 추고 술 먹고 노는 시간들이 계속됐다. 그런데 스트레스는 쌓이고 불면증도 심해졌다. 2012년 한참 벼르다 사찰의 참선 프로그램을 찾아갔는데 그곳에서 나중에 은사가 되는 영화 스님을 만났다. 참선을 만나면서 사업도 더 잘됐다(웃음).”

―그런데 왜 출가를….

“2019년 영화 스님이 부르더니 ‘출가하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사실 당시 마음이 평화롭고 즐거움이 커서 출가하지 않는 재가불자로 살아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던 시기라 사흘간 잠 못 자고 고민했다. 하지만 스승의 가르침을 제대로 받을 수 있고 더 좋은 변화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출가를 결심했다.”

―어떤 변화인가.


“근본적으로는 자신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세속적 즐거움은 일시적이고 나만을 위한 것이지만 출가하면 승가(僧家)의 일원으로 사람들의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사업이 시간낭비로 느껴졌다.”

―새로운 인생을 찾아 미국으로 떠났는데 출가해 한국으로 돌아왔으니 아이러니하다.

“지난해 3월 은사께서 ‘현안은 한국에 가라’고 하시더라. 은사 생각이라 별 고민 없이 따랐고 한 달 만에 한국에 들어왔다.”

―집에서는 어땠나.

“부모님이 경기 이천에 사시는데 가끔 별일 없는 듯 그냥 둘러보고 가신다. 지난해 5월 어머니가 (제가) 삭발한 것을 처음 봤는데 ‘너라도 하고 싶은 것 해서 다행이다’라고 하시더라.”

―앞으로의 계획은….

“출가 전부터 미국에서 참선교실을 운영했다. 긍정적 변화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큰 키에 시원시원한 웃음을 터뜨리는 그의 보물 산행(山行)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는 듯하다. 그는 책의 머리말에 이런 말을 썼다.

“사람들이 어떻게 성공과 부를 모두 버리고 출가했냐고 물어보면, 저는 버린 것이 아니라 더 좋은 것을 선택했다고 말합니다.”

청주=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