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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러시아 용병, 중앙아프리카서 민간인 살해-약탈”

입력 | 2021-06-28 14:49:00


러시아 용병들이 중앙아프리카공화국(CAR)의 내전에 개입해 민간인을 살해하고 약탈하는 등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는 내용의 유엔 보고서가 곧 공개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뉴욕타임스(NYT)는 27일 유엔 실무그룹이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유엔 안보리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2012년부터 반군과 전쟁을 벌이던 CAR 정부는 내전을 종식하고 반군으로부터 광물 채굴권을 확보하기 위해 2017년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정부군을 훈련시킨다면서 비무장 군사 인력과 장비를 CAR에 파견하겠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실제로 CAR에 온 것은 무장한 용병들이었고, 파병 인원도 550명 이하라는 러시아의 주장과 달리 최대 2100명에 이른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들 러시아 용병은 정부군을 지휘하는 과정에서 민간인들에게 많은 피해를 입힌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2월에는 그리마리 지역의 검문소로 향하는 트럭에 발포해 3명의 민간인을 살상했다. 또 올해 2월에는 반군이 은신해 있던 밤바리 지역의 한 모스크를 급습해 최소 6명의 민간인을 숨지게 했다. 이밖에도 보고서에는 CAR 정부군과 함께 활동하는 러시아 용병들의 강간과 즉결처형, 표적 살해, 고문, 강제실종 등 심각한 인권침해 양상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전 종식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CAR을 찾은 러시아 용병들이 실제로는 민간인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고 광물 채굴권 등 이권에 개입하고 있다고 유엔은 본 것이다.

특히 이런 용병들을 고용한 회사 중 상당수는 러시아의 사업가 예브게니 프리고친과 연계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리고친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푸틴의 요리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으며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한 혐의로 미국에서 기소된 바 있다.

러시아 당국은 CAR에서 용병들이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유엔 보고서는 “러시아인들의 폭력이 다른 민간인들에 대한 보복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CAR에서 폭력의 악순환을 영속화하고 있다”고 적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