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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모평 접수하면 화이자 놔준대” 50대도 지원…1분만에 마감

입력 | 2021-06-28 15:35:00

지난 2019년 서울 여의도여고에서 치러진 수능 모의평가시험.   송은석기자 silverstone@donga.com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모평) 접수가 시작된 첫날인 28일 일부 입시학원에서 접수 사이트가 열린지 1분도 되지 않아 등록이 마감됐다. 통상 9월 모평은 수능을 치르기 전 예행 연습을 할 겸 응시하는 시험으로, 접수 기간이 1주일 반 정도 되기에 조기 마감은 이례적이다. 교육당국과 방역당국이 수험생에게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기로 했는데, 졸업생의 경우 9월 모의평가 응시자를 기준으로 하겠다고 밝혔던 영향으로 분석된다.

직장인 A 씨(27)는 이날 오전 10시 인터넷 창을 여러 개 띄우고 종로학원 사이트에 접속했다. 몇 초 되지 않아 신촌에 있는 강북종로학원은 신청이 마감됐다. 이에 A 씨는 대치에 있는 강남종로학원에 가까스로 신청했다. A 씨 말대로 ‘피켓팅’(피가 튀길 정도로 치열한 티켓팅)이었다. 그는 올해 수능에 응시할 계획이 없지만 9월 모의평가에 신청했다. A 씨는 “20대도 8월부터 백신 접종이 시작되지만 선착순이고 무슨 백신을 맞을지 몰라 화이자를 맞고 싶어 신청했다”고 말했다.

종로학원은 이날 9월 모의평가 접수를 시작한지 1분도 되지 않아 모두 마감됐다. 어떤 지점은 40명 신청을 받는데 500명 넘게 몰렸다. 이는 입시업계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학원에서 반수나 재수를 준비하는 경우 자동으로 9월 모의평가 신청이 되기 때문에 외부생 접수는 별도로 응시하려는 경우에만 받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백신 접종 때문에 벌어진 것이란 게 입시업계 분석이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이날 9월 모의평가 접수자 중 25세 이상 비율은 49.7%로 20세 이상~25세 미만 비율(46.2%)보다 많았다. 40세 이상도 1.9%고, 여기에는 50세도 있었다. 지난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학원이 외부생에게 응시 기회를 주지 않아 2년 전 9월 모의평가 때와 비교하면 완전히 반대다. 당시에는 20세 이상~25세 미만이 73.6%, 25세 이상이 22.6%였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2022학년도에 약대 37곳 전체가 6년제 학부 모집을 신설해 직장인도 수능에 도전하긴 하지만 40, 50대까지 이렇게 많은 건 백신 영향으로 봐야 한다”며 “정말 수능을 보려는 수험생 중에 마감이 돼서 9월 모의평가를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도 방역 우려 때문에 외부인에게 아예 응시 기회를 주지 않는 입시학원과 학교가 많아 종로학원에 더 몰린 것으로 보인다.

교육당국도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교육당국은 계속 “9월 모의평가 신청을 통한 우선접종과 40대 이하 접종 모두 8월부터라 허위 신청 유인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마땅한 방법은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30, 40대도 수능을 응시할 수 있는데 나이로 허위 신청자라고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만약 ‘허위 신청자’가 실제로 백신을 맞게 되면 전 국민 중 유일하게 유료 접종자가 되는 셈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무료지만, 졸업생은 9월 모의평가 응시에 수수료 1만2000원을 내야 한다.

한편 교육부는 고3의 백신 접종 동의를 30일까지 접수하고 더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최근 미국에서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청소년의 심근염 발생률이 높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면서 방역당국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접종 동의를 파악하기로 한 바 있다. 교육부 측은 “이미 접종 시작(7월 19일부터) 3주 전인 25일까지 명단을 제출해야 했지만 질병관리청과 협의해 30일로 기한을 미룬 것”이라며 “만약 동의하지 않으면 전 국민의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