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에서 인천국제공항 이전 문제로 불거진 김포국제공항.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김포공항은 여의도 3배 크기로 주변 24.6㎢ 지역이 항공소음 피해를 받고 있다.
1939년 김포평야 지대에 자리 잡은 후 1958년 국제공항으로 지정된 김포공항은 그간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상징과도 같은 위상을 가졌던 곳이다. 공항 인근 지역인 서울 서부권(강서구·양천구·구로구 일부)과 경기 서남부권(김포시·부천시·인천시 일부) 사람들은 고도 제한에 따른 재산권 침해, 항공소음 등의 불편도 감수해야 했다. 공항 관련 업종과 종사자들에 의한 지역경제 성장 외에도 김포공항이 대한민국 하늘 길의 관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2001년 영종도에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한 이후 김포공항은 ‘애물단지’ 취급을 받게 된다. 일대 주민들의 경제적, 신체적 피해를 호소하는 집단 민원이 급격히 증가한 것도 이때부터다.
인천공항이 개항하면서 한때 통합 논의가 거론됐던 김포공항이 20년 만에 존립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운(地運:땅 기운의 흐름)의 변화라는 시각에서 보면 흥미롭다.
실제로 김포공항이 도시개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상당히 컸던 것으로 평가된다. 2015년에 조사한 보고서(‘김포국제공항 주변지역의 고도제한 완화 연구’)에 의하면 서울의 대표적 인구 밀집 지역인 강서구 총면적의 97%가 고도제한 규제로 건축 행위에 제한을 받고 있고, 양천구는 57% 이상, 경기도 부천시는 43% 이상이 규제 대상 지역에 해당한다. 또 공항을 중심으로 24.6㎢ 지역이 항공기 소음으로 피해를 받고 있었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3배나 해당되는 것이다.
세계인 모여드는 한강의 국제 경기장
한강변에 위치한 잠실 서울올림픽경기장
현대에서는 어떨까.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을 ‘한강의 기적’이라고 칭할 만큼 여전히 한강은 서울과 수도권을 먹여 살려주는 중요한 물길이다. 이 물길을 따라 세계인들이 몰려들기도 했다. 바로 한강변에 들어선 국제스포츠경기장이다.
1984년 잠실대교 인근에 들어선 서울올림픽주경기장(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하계올림픽이 개최됐다.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던 강남 잠실 지역은 이후 경기장을 중심으로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이뤘다.
난지도 하늘공원에서 바라본 서울월드컵경기장(왼쪽)
이런 추이에 따른다면 한국이 세계적 체전(體典)을 개최할 경우 주경기장이 들어설 유력한 후보지로 또다시 한강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이 다시 올림픽을 개최하게 된다면 아마도 지역 균형발전론에 따라서 김포공항이 있는 강서구 한강변에 또 다른 경기장이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 올림픽을 두 차례 이상 개최한 그리스 아테네,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이 매 올림픽을 치를 때 주경기장으로 각기 다른 운동장을 사용했다는 전례도 있다.
특히 김포한강신도시내 걸포지구는 한강으로 빠져나가는 고창천, 나진포천, 계양천 등 여러 수로가 감싸고 있는 곳이다. 이렇게 물길이 여러 겹으로 교차하는 지역은 풍수의 수관재물(水管財物; 물은 재물을 주관함)의 기운이 더욱 강해진다고 본다.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힘이 강력하다는 뜻이다.
김포시 김포한강신도시 도시개발사업지구 내 걸포4지구 부지. 한강으로 빠져나가는 고창천, 나진포천, 계양천 등 여러 수로가 감싸고 있어 물 기운이 왕성한 곳이다.
한강 서해안 시대 열린다
한강변을 따라가는 경기장 논리가 아니더라도 한국은 이미 ‘서해안 시대’를 맞고 있다. 사실 서해안 시대의 백미는 한강을 따라 서해 바다로 향하는 김포시와 파주시, 그리고 서해 바다와 맞닥뜨리고 있는 인천시 강화군에서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에 속하는 이들 지역은 안보상 이유로 일정 부분 발전이 막혀 있는 곳이지만 본격적인 남북 협력시대가 열리면 성장 동력이 무한한 곳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한강이 서해안으로 막힘없이 열린다는 것은 서울이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한강 동쪽 하남시 위례신도시에서부터 잠실, 서울 여의도, 마곡 지구를 거쳐 김포시 한강신도시와 강화도까지 연결되는 거대한 한강벨트는 한강이 서울에 선사하는 마지막 선물이 될 것이라는 게 땅기운적 관점에서 본 해석이다.
여기에 김포공항 이전은 그런 한강 서해안 시대를 여는 트리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김포공항 이전 문제는 지자체와 정책 담당자, 그리고 이해 당사자간 수많은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다만 시대의 흐름과 서울 및 수도권의 균형발전이라는 거시적 시각에서 짚어봐야 할 시점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안영배 기자(풍수학박사) oj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