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서 김외숙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터져 나왔다. 부동산 ‘영끌 빚투’(영혼을 끌어모아 빚내서 투기) 의혹으로 사실상 경질된 김기표 반부패비서관에 대한 청와대 인사 검증 실패를 문제 삼은 것. 여당 지도부가 김 수석의 책임론을 공개 제기하고 나선 건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당청 관계의 무게추가 대선을 치러야 하는 여당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 與 최고위원 “김외숙, 총책임져야”
민주당 지도부는 28일 한목소리로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을 문제 삼고 나섰다. 송영길 대표는 대구 북구 삼성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대구시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어제 김기표 비서관이 사실상 경질됐다. 만시지탄”이라고 했다. 이어 “서민이나 집 없는 사람들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제한 때문에 집을 사고 싶어도 금융권 대출이 안 돼서 쩔쩔매고 있는데 54억 원을 대출해서 60억 원대 땅을 사는 사람을 반부패비서관으로 임명하는 것은 너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것이 아닌가”라며 “왜 이런 사안이 잘 검증되지 않고 임명됐는가에 대해 청와대 인사 시스템을 돌이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내부적으로는 더욱 들끓는 분위기다. 민주당 지도부 한 의원은 “여당은 단순 의혹 연루자를 포함해 12명을 내쳤는데 청와대는 드러내놓고 ‘나 투기예요’ 하는 문제 하나 잡아내지 못했다”며 “부동산 투기 논란을 일단락하고 대선 국면으로 넘어가야 하는 시점에 청와대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불만이 상당하다”고 했다.
● 靑, 김외숙 경질론에는 선 그어
일각에서는 정권 말 본격적인 당청 관계 재정립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말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김 수석과 문 대통령의 오랜 인연과 별개로 공개 비판을 해야 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 수석은 1992년 문 대통령이 변호사로 일하고 있던 법무법인 부산에 찾아가 근무를 자원했고, 문 대통령은 김 수석을 법제처장에 이어 인사수석까지 맡길 정도로 중용했다.
청와대는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다만 청와대는 “‘인사 참사’라는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김 수석 경질론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인사 대상자가 솔직히 털어놓지 않는 한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부분을 인사수석실에서 알 길이 없다”며 “인사 검증 시스템을 재검토해볼 수는 있겠지만, 인사수석이 모든 것을 책임질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수석의 무능은 이제 국민들에게 짜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인사가 만사라는데 김 수석이 진행한 인사는 ‘망(亡)사’투성이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인사수석, 이진석 국정상황실장, 이광철 민정비서관을 ‘문고리 3인방’으로 지목하며 “경질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 (집무실) 문의 고리를 쥐고 있는 ‘문(門)고리’이기도 하고, ‘문(文)고리’이기도 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의당 여영국 대표 역시 “인사수석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도 이날 “문 대통령은 인사수석과 민정수석 등 이번 인사의 책임자들을 문책하고 인사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는 논평을 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