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2월 중순 새벽 광주의 한 아파트. ‘쓱삭쓱삭’ 거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자 A 양이 방문을 열었다. 순간 한 남성이 거실 안을 서성이는 모습이 A 양의 눈에 들어왔다. 비닐봉지로 양손과 발을 감싼 상태였다. 이 남성은 속옷만 입은 채 휴대전화로 빛을 비추며 거실 구석구석을 살폈다.
A 양이 방문을 닫고 비명을 지르자 깜짝 놀란 남성은 재빨리 거실 밖으로 달아났다. 그 뒤로도 A 양의 집에는 두 차례 더 낯선 남성이 침입했다.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발코니 창문을 통해 남성이 침입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옆집에 사는 B 씨(37)를 의심했다. B 씨는 2012년 광주지법에서 강간상해죄 등으로 징역 7년 선고받고 복역했다. 2019년 형 집행을 마친 뒤에는 위치추적 장치인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다.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외출도 금지됐다.
광주지법 형사합의3부(부장판사 김태호)는 주거침입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B 씨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28일 밝혔다. B 씨는 “이웃집에 침입한 적이 없고 1심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재판부는 “B 씨가 전자발찌 오류를 주장하지만 이웃 집 침입을 시도하려다 보호관찰소 전화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며 “전자발찌 오류가 아니다”고 판단했다. 또 “B 씨가 세 차례나 아파트 발코니 창문을 통해 이웃 집에 침입해 죄질이 불량하다. 성범죄 누범기간 중에 자숙하지 않고 범행을 저질러 실형이 합당하다”고 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