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 출근하면서 기자들에게 사의표명을 하고 있다. 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최재형 감사원장이 어제 사퇴했다. 4년 임기 중 6개월여 남긴 시점이다. 그는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고 했다. 조만간 ‘정치 등판’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감사원은 정치적 중립과 직무상 독립이 중요한 헌법기관이다. 이런 헌법기관의 수장이 대선 출마 여부와 관련한 거취 문제로 임기를 마치지 못한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여권에서 “대선 출마를 위해 스펙을 쌓은 거냐” “탄핵 대상이다” 등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다”라고 언급한 것도 공감을 얻기는 어렵다. 현 집권세력이 갖은 수단을 동원해 월성원전 감사 등을 방해하고, 인사권으로 최 전 원장을 압박하려 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최 전 원장은 “검은 것은 검다고, 흰 것은 희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정권의 압력에 굴하지 않는 소신과 강단을 보여줬다. 이런 모습이 두 아들 입양, 부친의 6·25전쟁 참전 스토리 등과 맞물려 잠재적 대선후보로 주목받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감사원장으로 재직하며 국정 운영 체계 전반을 들여다볼 기회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실 정치 경험이 전혀 없어 한 나라를 책임질 비전과 역량을 갖췄는지에 의문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최 전 원장은 “나라가 걱정이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권력욕 때문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그럴수록 숙고의 시간이 너무 길어선 안 된다. 감사원장 중도 사퇴에 대한 비판을 감수하고라도 왜 정치판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는 건지, 어떤 국가를 만들겠다는 건지에 대한 ‘답’을 속히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