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차별금지법안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나이 인종 학력(學歷) 등을 이유로 고용 등에서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평등에 관한 법률안도 학력에 따라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두 법안 모두 악의적 차별에는 손해액의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물리는 규정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학력은 성 연령 국적 등 선천적으로 결정되는 요소와 달리 개인의 노력에 따라 달라지고 △학력을 대신해 개인의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표준화된 지표가 없는 상황이라며 ‘학력’을 뺀 수정안을 냈다가 논란이 되자 “재검토하겠다”고 한 상태다.
▷학력차별을 없애자는 주장은 김대중 정부 때부터 제기돼 왔다. 학력은 가정환경의 영향을 받으므로 사회적 불평등이 대물림되고, 10대 때 얻은 학력이 평생을 좌우함에 따라 대학 간판을 위한 소모적 경쟁이 벌어지며, 중고교 교육마저 입시 위주로 왜곡된다는 논리였다. 서울대 폐지, 공공기관 학력규제 완화 등의 제안이 쏟아졌고, 노무현 정부 시기인 2005년엔 국가인권위원회법이 개정돼 학력차별 금지 조항이 처벌 규정 없이 들어갔다.
▷현 정부 들어 공공기관들은 학력을 가리고 보는 블라인드 채용을 하고 있다. 하지만 블라인드 채용 후에도 신입사원 중 이른바 ‘SKY’ 출신 비율엔 큰 변화가 없고, 단순 업무에 고학력자를 배치하는 기관과 입사자 간 미스매치로 신입사원 이직률만 높아졌다고 한다(한국조세재정연구원 6월 발표). 학사·박사학위를 얻기까지 들인 노력과 비용과 시간이 같을 수 없다. 이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차별금지법은 ‘노력금지법’이 된다. 기회는 평등해야 하지만 결과가 같기를 바라는 건 공정과는 거리가 멀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