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권총 10m 선발전 1위 김모세 10세에 총 잡았지만 형편 어려워… 실탄 구입비 없는 10m 종목 선택 가족과도 떨어져 지독한 담금질 “우상 진종오 선배와 훈련 꿈같아”
2020 도쿄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1위로 태극마크를 단 김모세가 권총을 들고 표적을 응시하고 있다. 중학교 1학년부터 10년간 사격 선수 인생을 살아온 김모세는 자신의 생애 첫 올림픽에서 금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대한사격연맹 제공
김모세는 4월 도쿄 올림픽 선발전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총점 2908점을 쏴 1위로 국가대표 명단(총 15명)에 이름을 올렸다. 초등학생 시절 진종오의 경기를 보고 장난감 총(비비탄총·Ball Bullet) 서바이벌 게임을 하며 꿈을 키워 온 사격 신예는 자신의 롤 모델보다 10점 높은 점수를 받으며 도쿄행 티켓을 따냈다.
그의 10년 사격 인생은 이름 그대로 ‘모세의 기적’이었다. 김모세가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2005년경, 공장에서 일하던 아버지가 콩팥(신장) 이상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전업 주부였던 어머니는 남편 병원비와 김모세 사남매의 생계를 꾸리기 위해 홀로 지하철역 입구에서 떡볶이 포장마차를 운영했다.
어려운 환경에서 시작한 사격인 만큼 지독하게 훈련했다. 고등학교 때는 오전 6시부터 새벽 달리기와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다. 오전 수업을 끝내고 오후 2시부터 9시까지는 사격 훈련에 매달렸다. 그는 “지방의 고등학교로 가 가족과 떨어져 지내면서 너무 외로웠다. 휴대전화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취미를 만들 여유도 없어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고 털어놨다.
올림픽 개막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요즘은 하루 12시간가량 총을 쏘며 마지막 담금질을 하고 있다. 상무 소속으로 부대에서 하루 일과 대부분을 사격에 전념할 수 있다. 군번을 묻자 2월에 입대한 신입답게 망설임 없이 “21-7600××××, 이병 김모세”라고 답했다. 사격할 때 중심을 잘 잡기 위해 배 근처 코어 근육 훈련도 병행한다. 프랭크 자세뿐만 아니라 엎드려 누운 상태에서 팔다리를 들었다 내리는 일명 ‘슈퍼맨’ 훈련도 한다.
최근 진천선수촌에 입촌한 김모세는 우상 진종오와 함께 훈련하며 매일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진종오는 낡은 김모세의 사격화를 보고 자신과 같은 모델의 새 신발을 선물했다. 김모세는 “진종오 선배가 평소에 나를 각별히 챙겨주신다”며 “진종오 선배처럼 꾸준히 올림픽 금메달을 따서 ‘사격 하면 진종오와 김모세’가 떠오르게 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모세는…
선배 진종오(왼쪽)와 셀카를 찍고 있는 김모세. 김모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