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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까지 100% 친환경 전력 생산… 수돗물 생산 全과정서 탄소중립

입력 | 2021-06-29 03:00:00

[2021 이제는 Green Action!]<5> 수자원공사 ‘RE100’ 선언



태양광과 소수력 등 자체 생산한 재생에너지로 탄소중립(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 0이 되는 개념)에 도달한 경기 시흥시 시흥정수장.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해 11월 국내 공공기관 중 처음으로 ‘RE100’ 참여를 선언했다. RE100은 탄소중립(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 0이 되는 개념)을 달성하기 위해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기로 한 글로벌 캠페인이다. 2014년 비영리 국제 환경단체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이 만들었다. 6월 현재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기업 300여 곳이 동참하고 있다. 국내 기업은 지난해 SK와 LG 등을 시작으로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

수자원공사의 RE100 이행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재생에너지를 직접 생산해 쓰는 방법과 에너지 효율을 높여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방법이다. 특히 물 분야는 기후변화로 빈번해지는 홍수와 가뭄 등의 영향을 직접 받는 분야라 에너지 관리가 필요하다. 홍수에는 상수원 오염 관리와 정수장 기능 강화에, 가뭄에는 효율적인 물 관리와 분배에 신경을 써야 한다. 수자원공사는 물 관리 분야 혁신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수돗물 생산 과정에서는 탄소중립을 구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광역정수장은 100% 재생에너지 대체

수돗물을 생산하는 과정에는 많은 에너지가 사용된다. 상수원에서 취수장으로 물을 보내고, 여기서 정수장으로 물을 보낸 뒤 각종 여과 과정을 거치는 데 에너지를 쓴다. 기후변화와 산업화로 물속 유해물질이 증가하고 있다. 이를 감시하고 수질을 관리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하는 게 최근 추세다.

2019년 기준 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광역정수장 43곳을 포함한 수도시설에서 사용하는 연간 에너지는 1468GWh(기가와트시)에 달한다. 약 50만 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전국에 정수한 수돗물을 보내는 광역정수장은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지만 동시에 에너지 다소비 시설인 셈이다.

수자원공사는 2030년까지 이 43곳의 광역정수장을 탄소중립 시설로 만들 방침이다. 우선 모든 광역정수장 유휴부지와 옥상에서 태양광 에너지를 생산하기로 했다. 정수장 주변에는 대체로 높은 건물이 없어 태양광 발전에 유리하다. 또 정수장 21곳에서는 수열시스템도 도입한다. 연중 온도가 일정한 물은 대기 온도와 비교하면 여름철에는 차갑고 겨울철에는 따뜻하다. 이 열 에너지를 빼내 실내 공기에 넣는 방식으로 냉난방에 활용하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물의 낙차를 활용한 소수력 에너지 사용도 늘린다.

이 같은 조치로 경기 시흥시 시흥정수장과 경북 경산시 자인정수장은 지난해 탄소중립에 도달했다. 이 정수장들의 지난해 전력사용량은 각각 1556MWh(메가와트시)와 362MWh이고, 태양광과 소수력 등으로 생산한 에너지는 1669MWh와 362MWh였다.

○수돗물 생산부터 전달까지 스마트 관리체계 구축

또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스마트 관리체계를 구축해 수돗물 생산부터 전달까지 전 과정의 에너지 효율을 높일 방침이다.

수자원공사는 에너지 공급 체계를 최적화하기 위해 2023년까지 전체 광역정수장에 에너지관리시스템(EMS·실시간으로 전력량을 분석하고 제어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정수장의 펌프 모터를 적절히 가동하고, 전력 사용량이 많을 때 분산 가동하는 방식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정수장마다 태양광 등으로 생산한 에너지를 저장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도 설치해 전력 사용량이 많을 때 안정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2023년까지 수돗물 생산부터 공급까지 전 과정에 스마트 관리체계를 구축하면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현상을 포착하고 대응하는 능력도 강화된다. 물은 ‘상수원-취수장-정수장-배수지-배급수관-각 가정’의 과정을 통해 이동하는데, 이 과정마다 관리 체계가 정교해지는 것이다. 취수 과정에서는 녹조나 유해물질을 감시하고, 정수장에서는 약품을 적정량에 맞춰 사용할 수 있다. 관로도 실시간으로 체크해 이물질이 떠다니거나 물이 새는 곳이 생길 경우 즉시 확인해 조치할 수 있게 된다. 제2의 깔따구 유충 유출 사고나 누수로 인한 물·에너지 낭비를 방지하는 것이다.

이처럼 물 관련 분야에서 사용하는 디지털 기술은 녹색 경제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 실제 지난해 3월 수자원공사 사내 구성원이 창업한 ‘위플랫’은 수도 배관에서 전달되는 누수음을 탐지하고 누수 위치를 파악하는 기술을 개발해 최근 상용화했다. 영국 물 전문 조사기관인 글로벌워터인텔리전스(GWI)에 따르면 세계 물 산업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약 919조 원 규모로 2024년까지 연평균 3.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재현 수자원공사 사장은 “탄소중립 물관리를 통해 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 추진 전략을 적극 돕고, 탄소 저감을 실행하는 신성장모델을 제시해 신재생에너지 사업 활성화와 녹색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