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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은 지금 ‘文字獄’”… 칼럼도 다 내렸다

입력 | 2021-06-29 03:00:00

민주진영 온라인매체 리창신문
中표적 우려에 “필자-독자 보호”
핑궈일보 논설위원 英가려다 체포
외세와 결탁 혐의… 7명째 붙잡혀




24일 홍콩 반중매체 핑궈일보가 사실상 강제 폐간된 후 홍콩 언론계의 수난이 계속되고 있다. 27일 핑궈일보의 핵심 간부 펑와이쿵 논설위원(57)이 영국으로 가려다 공항에서 홍콩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같은 날 민주진영의 또 다른 온라인매체 리창(立場)신문은 당국 압박을 우려해 “모든 칼럼을 잠시 내리고 신규구독 신청 접수 및 후원금 모집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달 1일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1주년을 앞두고 홍콩의 언론자유가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펑 위원은 이날 오후 10시경 공항에서 전격 체포됐다. 현재 외세 결탁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홍콩보안법은 국가 분열, 정권 전복, 테러, 외세 결탁 4개 범죄에 대해 최고 무기징역을 구형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펑 위원은 1997년부터 핑궈일보 논설위원으로 일했고 지난해부터 영문판 편집장도 맡았다. 그의 체포로 경찰이 핑궈일보를 압수수색한 이달 17일 이후 체포된 핑궈일보 인사는 모두 7명으로 늘었다. 홍콩기자협회는 성명을 내고 “표현과 언론의 자유는 홍콩의 핵심 가치”라며 “지식인의 글쓰기조차 용납하지 못한다면 홍콩은 국제도시의 명성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규탄했다.

리창신문 또한 27일 밤 성명을 통해 “홍콩에 ‘문자옥(文字獄)’이 왔다”며 사실상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 신문은 일반 기사가 아닌 필자 개개인의 주관이 깊게 밴 칼럼, 독자 기고, 블로그 게시물 등에 관해 당국 탄압을 받을 여지가 있는지 분석하고 필자의 게재 의사를 재확인한 후 게재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문자옥’은 과거 중국 왕조가 황제 및 체제를 비판하는 글을 쓴 사람을 대대적으로 처벌한 사건을 가리킨다. 특히 실제 비판 여부와는 무관하게 반대파를 탄압하는 도구로 쓰일 때가 더 많아 중국이 전제왕조 시절의 반대파 탄압을 21세기에도 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리창신문 경영진 또한 당국이 자신들을 핑궈일보 이후의 목표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선제적 조치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리창신문은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한 민주화 시위 ‘우산혁명’이 발발한 2014년 창간했다. 2019년 중국으로의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 지난해 국가보안법 반대 시위 등 홍콩의 주요 반중 시위를 생중계하며 인기를 모았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