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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에 불쾌감…시상식서 국기 등진 美 메달리스트

입력 | 2021-06-29 11:21:00

그웬 베리. 사진=게티이미지


미국의 해머던지기 국가대표 선수가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 문제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시상식장에서 국기를 등졌다.

27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 등 현지 언론은 전날 미국 오레곤주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린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 참가한 그웬 베리(31)의 소식을 전했다.

해머던지기 종목에서 동메달을 수상한 그는 시상식에서 국가 연주가 진행될 때 다른 두 명의 선수가 국기를 향해 예를 표한 것과는 반대로 관중석을 향해 몸을 돌렸다. 이어 사회 문제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운동 선수를 지칭하는 ‘Activist Athlete’ 문구가 적인 티셔츠를 꺼내 높이 들어 올렸다.

시상식 후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는 “위원회는 우리가 퇴장하기 전에 국가를 틀겠다고 말했지만 메달을 받을 때 국가가 나왔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금메달을 수상한 선수의 국가를 연주하는 실제 올림픽과는 달리 대표 선발전에서는 지정된 시각에 한 번 국가를 연주한다. 그간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문제를 지적하며 미국 사회를 비판해온 베리는 이를 ‘연출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베리는 “(미국의) 국가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다. 나는 구조적 인종차별로 사망한 희생자들을 위해 이 자리에 서있다”며 국가 연주에 반감을 드러낸 이유를 밝혔다.

미국육상연맹(USATF)은 “선수들이 메달을 받는 순간을 기다려 국가를 재생한 것이 아니다”라며 “국가 연주 예정 시간은 오후 5시 20분이었다”고 밝혔다. 당일 국가 연주는 오후 5시 25분 진행됐다.

베리는 2019년 팬아메리칸(범미주) 대회에 참가해 해머던지기 종목에서 금매달을 수상했다. 당시에도 베리는 미국의 인종차별 정책에 반발하며 시상식에서 오른손 주먹을 치켜드는 행동으로 징계를 받았다.

한편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베리의 행동에 대해 “높은 이상에 도달하지 못한 국가에 대한 평화로운 시위였다”고 말했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