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아트홀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을 추출하고 있다. 2021.6.4/뉴스1 © News1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9월 모의평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화이자 백신 우선 접종을 노린 ‘허수 지원’이 늘어날 것이라는 교육계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원서 접수 첫날부터 학원가에서 조기 마감이 속출하고 30·40대가 대거 지원하는 등 과열 양상이 나타난 것을 두고 감염병 전문가 사이에서는 백신 안전과 수급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반영된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교육당국에 따르면 전날(28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주관 9월 모의평가 원서 접수가 시작됐다. 접수 기간은 다음달 8일까지로 여유가 있지만 학원가에서는 때 아닌 접수 전쟁이 벌어졌다.
입시학원들은 재원생뿐 아니라 독학으로 수능을 준비하는 외부 수험생을 위해 교육당국으로부터 일정 인원을 배정받아 모의평가 응시 기회를 부여하는데 올해는 접수 첫날부터 경쟁이 치열했다.
종로학원의 경우 전날 원서 접수 시작 1분 만에 일찌감치 마감됐다. 배정된 42명의 인원을 7배 이상 초과하는 312명이 몰렸다.
전체 접수 인원 가운데 49.7%에 달하는 155명이 25세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30대는 54명(17.3%), 40대는 5명(1.6%)으로 집계됐다. 50대 지원자도 1명(0.3%) 포함됐다.
선착순으로 마감된 42명의 응시 예정자를 보면 25세 이상은 23명으로 54.8%, 25세 미만은 19명으로 45.2%를 각각 나타냈다.
2019년에는 53명의 응시예정자 가운데 25세 미만이 41명으로 77.4%를 차지했고 25세 이상은 12명으로 22.6%에 불과했었다.
다른 학원도 사정이 비슷하다. 강남하이퍼학원 본원의 경우 전날 원서 접수를 시작한지 1분 만에 150명의 외부 수험생 응시 정원이 모두 찼다.
이 학원 관계자는 “25세 이상이 전체의 약 42%를 차지했고 56세의 신청자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아무래도 백신 접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2022학년도부터 전국 37개 약대가 6년 학부제로 전환돼 약 1900명의 신입생을 선발하는 것도 모평 접수 인원 증가에 영향을 줬겠지만 접수 시작과 동시에 마감이 되는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고3을 제외한 수험생에 대해서는 9월 모의평가 접수 인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사전예약을 거쳐 8월 중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40대 이하(만 18~49세)의 경우 이르면 8월 중순, 늦으면 8월말부터 온라인 사전예약을 거쳐 백신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수험생 백신 접종 시기와 40대 이하 국민 대상 백신 접종 시기가 큰 차이가 없어 백신 접종을 목적으로 한 모의평가 허수 지원은 많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40대 이하를 대상으로 접종할 백신 종류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신청자가 몰리면 언제 접종하게 될 지 장담할 수 없어 ‘수험생 백신’으로 눈 돌리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모의평가에 접수하면 화이자 백신을 8월 중 맞게 해주겠다고 정부가 밝힌 만큼 허수 지원이 늘 것이 불보듯 뻔했다”며 “백신 안전이나 수급에 관한 관심이 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알려진 화이자 백신을 빨리 맞으려는 수요가 많다는 것을 반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천 교수는 이어 “정부가 빠른 시일 내 세부적인 백신 접종 계획을 발표해야 이같은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모의평가 허수 지원자가 급증할 경우 재수생을 비롯한 실제 수능 응시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졸업생은 출신 학교에서도 모의평가를 볼 수 있지만 졸업 이후 다시 학교에서 시험을 치르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고 출신 고교가 사는 지역과 멀리 떨어진 경우 불편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수험생들이 9월 모의평가에 응시하는데 제약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온라인 출입기자단 백브리핑에서 “지난해 9월 모의평가 기준 재수생을 포함한 졸업생 7만8000여명이 응시했는데 이 가운데 6만명은 학원에서, 1만8000명은 학교나 교육청에서 시험을 봤다”며 “각 교육청에 졸업생이 시험 응시를 원하면 치를 수 있도록 해달라는 협조를 구한 상태다. 학원이 안 되면 학교, 학교가 안 되면 교육청에서 보는 식으로 수험생들이 시험 보게끔 지원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접수 초반인 만큼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수험생들이 안전하게 접수하고 시험 보게하는 준비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