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9일 산란… 1주일가량 당겨져
천연기념물이자 국제자연보전연맹 지정 멸종위기종인 팔색조가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제주시험림에서 산란한 모습이 포착됐다. 목장지대와 한라산국립공원 지역 사이에 위치한 제주시험림은 희귀 야생생물의 서식지이자 피난처 역할을 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제공
제주지역 목장지대와 한라산국립공원 구역 사이 국유림지대가 희귀 야생동물의 보금자리이자 각종 개발에 따른 피난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와 함께 국유림인 제주시험림 일대 산림생태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여름 철새인 팔색조(천연기념물 제204호)의 번식이 예년보다 일주일 정도 앞당겨진 것을 확인했다”고 29일 밝혔다.
팔색조는 통상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등지에서 월동하다 5월 중하순경 제주에 도착해 6월 초부터 7월까지 산란한다. 올해는 5월 29일 알을 낳고 이달 17일 부화에 성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번식이 일주일 정도 빨라진 것은 올해 기온이 높아지고 강수량이 많아지면서 팔색조의 이동시기가 앞당겨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팔색조의 주요 먹이인 지렁이 개체수가 증가한 점도 산란 시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류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제주시험림 면적은 서귀포시에 있는 한남시험림 1393만8000m²와 서귀포시험림 1752만9000m²다.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가 관리하는 제주시험림에서는 팔색조뿐만 아니라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긴꼬리딱새가 여름을 지낸다.
일본식 이름인 ‘삼광조’로 불리기도 하는 긴꼬리딱새는 수컷의 꼬리가 암컷보다 3배 이상 길고 정수리에 작은 댕기가 있다. 제주시험림에서는 호반새, 흰눈썹황금새, 큰유리새, 검은머리방울새, 말똥가리 등 여름 및 겨울 철새가 관측되고 있다.
제주시험림에서는 이들 조류를 포함해 포유류, 파충류, 수서무척추동물 등 모두 130종이 관측되고 있다. 이 중 멸종위기종이 16종에 이를 정도로 희귀 동물의 피난처 역할을 하고 있다.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비바리뱀이 서식하고 있으며 희귀종인 삼각산골조개가 채집되기도 했다. 제주시험림 내 서중천 습지에는 기후변화의 지표종 역할을 하는 제주도롱뇽이 번식하고 있다.
제주시험림에서 2011년 처음 확인한 운문산반딧불이는 국내 고유종이다. 경북 청도군 운문산에서 처음 보고된 뒤 이름이 붙여졌다. 6월경 짝짓기 시기가 되면 몸에서 스스로 빛을 내며 숲속에서 별이 떠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운문산반딧불이는 습지를 선호하는 반딧불이와 달리 유충기를 땅속에서 보내기 때문에 숲속에서 생활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임균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은 “제주시험림은 목장지대와 한라산국립공원 지역 사이 해발 300∼1000m에 자리해 생태계 보전과 생물종 다양성 공간으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자연과 공존하는 청정 제주를 유지하도록 관리와 연구 활동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