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수단과 기후위기
1940년대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시의 노면 전차(위 사진). 미국 자동차 산업이 성장하고 대중교통이 쇠락하며 미국의 도로는 자동차가 점령했다(아래 사진). 미국은 대표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국가다. 위키미디어·게티이미지코리아
제임스 딘의 영화 ‘이유 없는 반항’(1955년)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미국에 대한 동경을 불러일으킨 영화였습니다. 영화 속 청소년들이 자동차 경주를 하는 장면은 지금 보아도 우리나라의 상황에는 맞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제임스 딘의 반항적인 모습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굉장히 인상적으로 남았고 그의 멋진 포즈를 흉내 내는 연예인들도 많았습니다. 게다가 영화를 3편만 남기고 자동차 사고로 24세에 세상을 떠나며 그의 모습은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회자되었습니다.
그러면 미국에서는 1950년대에 고등학생이 자동차를 모는 일이 흔했을까요? 미국이 부유한 나라이기 때문일까요? 사실 미국은 지금보다 과거에 대중교통이 더 잘 발달된 나라였습니다. 1920년대 미국은 당시 전체 인구 1억 명 중 90%가 철도, 전철, 트램을 이용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20세기 중반 전차가 사라지고 순식간에 자동차가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도대체 미국에서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 이야기는 상상이 아니라 실제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바로 1930∼1950년대 미국에서 일어난 ‘제너럴모터스 노면전차 음모 사건(General Motors streetcar conspiracy or Great American Streetcar Scandal)’입니다. 자동차 산업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GM을 주축으로 한 자동차 이해관계자들은 수많은 도시의 전차 회사들을 사들입니다. 그리고 멀쩡한 전차들을 폐기하고 전차 노선 대신 버스 노선을 만들어 버립니다. 이러한 사실들은 1974년 브래드퍼드 스넬이라는 사람이 미국 상원에서 증언하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의 주장에 교통학자인 조지 힐턴은 전차에서 버스로 변화하는 것은 문화적 전환이라고 반대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이것은 독점이 아니라 기술 발달과 대중의 선호에 따라 일종의 전환이 이루어진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의 말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서울의 상징 중 하나가 버스중앙차로, 전철 등으로 대표되는 편리한 교통인 것을 생각하면 문화의 전환이 반드시 개인화된 교통수단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만일 위와 같은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미국의 탄소배출량은 지금보다 훨씬 적었을 것입니다. 최근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2050억 달러를 고속철도 사업에 투자하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미국은 이미 1969년에 고속철도를 운행한 선두 주자였지만 이후 항공산업이 발달하면서 확산에 실패하고 지금은 화물 중심으로 운행하고 있습니다.
항공기는 다른 운송수단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훨씬 많습니다. 2014년 유럽환경청(EEA) 자료에 의하면 1km를 이동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은 항공기가 285g, 자동차가 104g, 기차가 14g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항공기 대신 기차를 타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분의 1로 줄어듭니다. 우리는 코로나19로 전 세계 항공기 운항이 멈췄을 때 하늘이 맑아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항공기 운항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전 세계 배출량의 2∼3%를 차지합니다. 미국의 이런 선택은 교통수단의 전환을 통해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는 것입니다.
사람이 중요하지만 편리함을 추구하다 보면 자연이 감당할 수 없는 개발로 이어집니다. 그에 따라 피해를 입는 사람도 생겨나면서 인간의 욕망을 줄이고 환경을 고려한 생태민주주의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우리 삶에 ‘생태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수종 신연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