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마친 뒤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어제 기자회견을 갖고 “반드시 정권 교체를 이루겠다는 절실함으로 나섰다”며 “정권이 바뀌지 않으면 ‘이권 카르텔’이 판치는 부패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주자로 내년 3·9 대통령선거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과 정치철학은 같이한다”고 했지만 국민의힘 입당 여부에 대해선 답변을 유보했다. 당분간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정치적 진로를 고민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출마 선언문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진 법치 파괴와 소득주도성장, 부동산, 탈원전 등 정책 실패 사례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권을 교체해 공정과 자유민주주의 가치 회복, 경제·사회 제도와 기술 혁신에 나서겠다고 했다. 대선 출마를 위한 첫 출사표인 만큼 총론에 방점이 찍힌 듯하다. 보다 정교하고 구체적인 정책 비전 제시는 앞으로 윤 전 총장이 채워 나가야 할 정치적 과제로 남았다.
윤 전 총장이 야권의 유력한 대선 후보로 올라선 것은 문재인 정권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검찰총장 재직 시절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막고 견제하려는 친문 세력에 강단 있게 맞선 것이 지지율을 견인한 동력이었다. 직무정지 등을 통해 무리하게 그를 검찰총장직에서 쫓아내려 한 데 대한 비판적 민심이 윤석열 현상의 기반이 된 것이다.
대통령선거는 과거를 심판하는 회고적 투표와 집권 비전이 평가받는 전망적 투표라는 두 가지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 윤 전 총장이 반문(反文) 반사이익을 뛰어넘어 대한민국 미래를 어떻게 바꿔보겠다는 것인지 자신만의 비전과 청사진을 보여줘야 하는 이유다. 공정이나 법치와 같은 가치도 단순한 슬로건 수준에서 벗어나, 실천 가능한 정책으로 내용을 채워야 한다. 이제는 검사 윤석열이 아닌 정치인 윤석열의 실력으로 국민의 검증을 받아야 하는 시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