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급적용 빠지고 객관적 기준도 없어 자영업자 보상 제대로 안 하면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는 안달인 정권 이 나라에 共和적 가치가 살아 있는가
송평인 논설위원
문재인 정부가 자랑하는 K방역은 철저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희생 위에서 이뤄졌음에도 끝까지 그 희생에 대한 보상을 거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어제 국회 상임위에서 소급적용이 빠진 손실보상법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손실보상을 법으로 하느냐 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선진국들은 법 없이도 행정절차로 잘만 보상하고 있다. 앞서는 법이 없어 보상할 수 없다고 하더니 결국 법으로도 제대로 보상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방역을 위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휴업이나 영업제한을 강제해 놓고는 어떨 때는 100만 원, 어떨 때는 200만 원, 어떨 때는 300만 원씩 찔끔찔끔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객관적인 기준도 없다. 서울 이태원에서 주점을 경영하는 가수 출신 강원래 씨는 올 1월 한 인터뷰에서 “지난해 4월 이후 2억5000만 원 손실을 입었는데 자영업자를 위한 재난지원금으로 170만 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독일은 올 초부터 코로나 방역으로 인한 손실에 대해 매출액이 전년도에 비해 30∼50%가 줄면 고정비의 40%, 50∼70%가 줄면 60%, 70% 이상 줄면 90% 지원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산수에 불과하다. 국가에 충분한 돈이 없으면 독일보다 보상 비율을 줄이면 된다. 우리나라는 이 단순한 셈도 관철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명동에 가보면 코로나 방역으로 포장마차가 다 사라졌다. 이들 포장마차의 월수입이 억대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 포장마차의 주인들은 재난지원금을 신청하라고 해도 하지 않는다. 재난지원금이 억대 수입에 비하면 몇 푼 되지도 않는 데다 괜히 신청해서 세금 추적을 당하면 골치 아프다고 본 것이다. 매출액이 잡히지 않아 세금 한 푼 안 내는 포장마차 주인보다는 세금 내는 나이트클럽 주인에게 더 많이 보상해야 한다.
돈 못 버는 놈이 돈 쓸 줄도 모른다. 코로나 직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사실상 1%대로 떨어뜨린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로 2년 동안 국가채무비율을 40% 미만에서 50%로 늘렸다. 어디에다 돈을 다 쓰고는 정작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손실 보상할 돈은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불하지 못해 안달이다.
코로나로 인해 오히려 돈을 번 기업들도 많다. 정보기술(IT)이나 반도체 산업 등의 언택트(untact) 기업은 코로나 와중에 큰 이익을 냈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연봉 절반 수준의 성과급을 사원들에게 지급했다. 같은 반도체 업체인 SK하이닉스는 연봉의 20% 정도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려다가 사원들이 반발해 결국 비슷한 수준의 보상을 했다.
올 초 넥슨이 전 직원 연봉을 800만 원 인상하자 넷마블 등 다른 게임업체도 줄줄이 인상했다. 언택트 기업이 아니라도 대부분 기업이 월급을 깎지 않거나 조금 깎았을 뿐이다. 코로나로 소비가 줄어 돈을 아낀 측면도 있다. 부동산과 주식으로 떼돈을 번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난해 한 차례로도 모자라 또 주겠다고 한다. 속셈이 뻔히 보이는 뻔뻔한 정치를 하고 있다.
방역 과정에서 모든 국민이 같은 희생을 치른 게 아니다. 우리 주변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유독 큰 희생을 치렀다. 그렇다면 그 손실의 분량을 가능한 한 정확히 계산해서 전액을 다 보상하지는 못하더라도 비례를 따져 객관적으로 보상해 줘야 하는데 그러지는 못할망정 코로나로 오히려 수입이 늘어난 사람들에게까지 돈을 퍼주지 못해 안달이니 과연 이 나라가 공화(共和)적 가치를 추구하는 나라인가 하는 회의가 든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