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 성인이 된 뒤에도 영향 미치는 6가지 두려움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어린 시절 경험하는 많은 것들은 어른이 된 이후의 삶에 영향을 준다. 그중 감정적인 경험은 특히 큰 영향을 끼친다. 부모로부터 인정이나 격려 등을 많이 받고 즐겁고 행복한 추억이 많은, 즉 긍정적인 감정 경험이 많았던 아이는 안정적인 정서를 가진 어른으로 자란다. 반면 부정적인 감정 경험이 많은 아이는 어떨까.
아이들이 경험하는 다양한 두려움 중 향후 어른이 돼서도 정서 상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두려움에 대한 연구가 있다. 이 연구에서는 여섯 가지 두려움에 대해서 말한다. 첫째는 자신과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하는 것이다. 아이는 부모가 죽는 것에 엄청난 공포와 두려움을 느낀다. 심지어 어른이 돼도, 부모가 노환으로 돌아가셔도 부모의 죽음은 견딜 수 없을 만큼의 큰 두려움이다. 너무 사랑했던 관계라 그런 것도 있지만 정신분석학적으로 보면 부모의 죽음 다음에는 내 죽음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부모를 잃어버리는 것, 헤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실제로 불안으로 힘들어하는 성인 중에는 어린 시절 부모를 잃어버렸던 것을 끔찍한 공포로 기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더 안타까운 것은 재회했을 때 부모의 반응이 공포로 더해지는 것이다. 어떤 분은 한 시간 만에 부모를 만났는데 부모가 “너 어디 갔었어!” 하며 엉덩이를 때렸던 것 또한 공포로 기억했다. 아이가 느끼는 두려움에 대해 부모들이 좀 더 알고 있어야 하는 이유다.
세 번째는 부모의 사랑이 사라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다. 이런 설명을 하면 부모들은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걱정을 해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부모의 생각일 뿐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할지 몰라도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가 있다. 대표적인 게 조건을 달아 아이를 칭찬할 때다. “아유, 공부를 잘 하니까 참 예쁘네.” “네가 이렇게 말을 잘 들으니까 엄마가 예뻐해 주잖아” 등 조건이 붙는 인정과 칭찬이 그런 사례에 해당한다. 어떠한 상태나 조건이 전제되어야 부모가 자신을 더 좋아하고 사랑해줄 것 같은, 미묘한 뉘앙스가 전달되면 아이는 어느 경우 부모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네 번째는 자신보다 힘이 센 사람이 가하는 물리적 힘에 대한 두려움이다. 때리는 것은 물론이고 소리를 “왁!” 지르는 것, 어딘가에 가두는 것, 때리지 않더라도 매를 보여주거나 “너, 매 가져온다”라고 말하며 협박하는 것 모두 포함된다. 직접 때리는 것만 두려움을 주는 게 아니다. 자신보다 강한 사람이 힘을 행사해 겁을 주는 모든 상황이 물리적인 힘에 의한 두려움을 만든다. 이런 두려움을 많이 경험한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성인이 돼 불안장애나 우울증을 겪을 가능성, 자살률 등이 상당히 높다.
다섯 번째는 비교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대부분 비교당하면 자존심이 상하고 기분이 나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공포 수준의 감정까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진 못한다.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유일한 존재로서 대하길 강렬히 원한다. 비교당할 때 아이는 부모가 나를 유일한 존재로 대하지 않는다고 느낀다. 비교하는 부모는 “더 분발해라”라는 의도에서, 좋은 채찍질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큰 착각이다. 비교는 아이 안에 커다란 두려움으로 자리 잡는다.
형제끼리 비교하거나 남과 비교하는 것 모두 다섯 번째 두려움을 만든다. 이에 더해 흔히 생각하지 못하는 비교가 하나 더 있다. “어릴 때 아빠는 굉장히 열심히 했다” “엄마는 이런 것 정말 잘했는데…”같이 아이가 좋아졌으면 하는 점과 부모의 장점을 비교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부모는 넘기 어려운 태산 같은 존재다. 이런 말은 아이에게 “너도 잘할 수 있어”로 들리지 않는다. 좌절감과 무력감, 두려움만 느낄 뿐이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